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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빗헌터 Dec 26. 2020

네팔 현지인의 가정에 초대받다

ABC 트레킹의 마지막 날

1일차 마큐 ~ 지누단다(1,740m)

2일차 지누단다 ~ 도반(2,500m)

3일차 도반 ~ 데우랄리(3,200m)

4일차 데우랄리 ~ ABC(4,130m)

(하산) 5일차 ABC ~ 시누와(2,340m)

(하산) 6일차 시누와 ~ 포카라(850m)




시누와에서의 아침이 밝았다. 공기가 맑아서 그런지 숙취 하나 없이 아주 개운하게 하루를 시작했고. 일어나자마자 또 부지런히 하산길에 나섰다.


오늘은 하산 2일차로, 최초 출발지인 마큐까지 쭉 걸어가야 한다. 하산 1일차였던 어제보다 훨씬 더 긴 거리이다. 출발하자마자, 이 길을 반대에서 걸어올 때 엄청나게 많은 내리막길을 걸어왔던 게 생각이 났다. 하... 그 수많은 내리막길이 돌아가는 오늘 다시 오르막길이 되어있겠구나..라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했다. 


하산 2일차는, 정말 끝도 없는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의 반복이었다.


길 자체도 한국의 흔한 산처럼 굉장히 익숙한 풍경이어서 더 지루했던 것 같다. 우리 넷은 시답잖은 농담을 어설픈 영어로 주고받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길이 워낙 지루하다 보니 한 번은 서로 달리기 시합은 하기도 했다. 무거운 배낭을 짊어진 채로 우리들은 서로의 자존심을 지키려고, 수 백 개의 계단을 뛰어가며 놀았다. 어린아이 시절로 돌아간 것 마냥 웃음기를 가득 머금은 채 숨을 헐떡이며, 서로를 이겨보겠다고 미친 듯이 뛰었다. 이긴 사람도 힘들고, 진 사람도 행복한 이상한 게임이었다.


그렇게 걷다 보니 어느새 마큐에 도착했다. 도착할 때 즈음에는 구름도 한 점 없고 햇볕이 너무 강해 정말 땀을 뻘뻘 흘리며 걸었다. 만년설을 바라보며 오리털 패딩을 입고 양치질을 하던 게 불과 이틀 전인데, 히말라야의 날씨는 정말 변화무쌍했다. 



마큐에서 차를 탄 우리는 포카라의 숙소로 돌아가지 않았다. 가이드 디펜드라가 자신의 부모님이 살고 있는 본가로 우리를 초대해준 것이다.



우리가 네팔에 머문 기간은 한국의 추석 같은 '다사인' 축제 기간이었고, 마침 자신의 집에 친척들이 다 모여 티카를 붙이는 전통 의식과, 염소 고기를 먹는 축제를 할 예정이니 함께 하자고 했다. '패키지 상품'에는 없었던, 전혀 예상치 못했던 초대를 받게 되어 너무 기뻤다. 이문화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사실보다는, 디펜드라가 우리를 단순히 본인의 클라이언트 이상으로 생각해준 게 아닐까라는 생각에 더 기뻤던 것 같다.


몸은 피곤했지만, 마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디펜드라의 본가가 있었다. 장인어른을 찾아뵙는 것 마냥 우리는 조금 긴장하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지만, 막상 도착해보니 우리를 오랜만에 만나는 먼 친척처럼 살갑게 반겨주셨다. 디펜드라의 큰 아버지께서 고등학교 영어 선생님이신 덕분에, 우리에게 영어로 네팔의 전통에 대해 상세히 잘 알려주셨다. 이마에 티카를 붙이고 염소고기를 곁들인 달밧을 먹으며 환대를 받았다. 세계테마기행의 포카라편 출연자가 된 기분이었다.


이마에 티카(붉게 염색한 쌀)를 붙이고
귀한 염소고기 백반(?)을 대접받은 우리


바쁜 직장생활의 쉼표 같은 1~2주짜리 해외여행에는 반드시 동남아의 리조트와 유럽의 감성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나도 물론 동남아의 좋은 리조트에서 여유롭게 수영을 하고, 마사지를 받고, 밤에는 칵테일을 마시며 일몰을 감상하는 여행을 좋아한다. 유럽의 아름다운 도시에서 와인을 한 손에 들고 야경을 감상하거나 현지 친구들을 사귀어 로컬들만 아는 보석 같은 맛집을 가보는 여행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럼에도, 여러분들의 여행 방식이 고착되기 전에, 색다른 형태의 여행을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즐겼으면 한다.


네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 여행은 내게 새로운 형태의 여행을 제시해주었다. 트레킹이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네팔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트레킹 가이드가 자란 마을과 그 집을 직접 둘러보았고,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한국인의 입맛과는 동떨어진 염소고기와 쌀밥을 선풍기도 없는 집 마루에서 땀을 뻘뻘 흘려가며 먹었지만, 네팔 여행에서 오래도록 기억남을 식사 중 하나였다. 디펜드라의 가족의 환대와 어린 사촌들의 순수한 웃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아름답고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을 것 같다.



※ 저는 아직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디펜드라와 연락을 주고받고 있으니, 혹시 네팔 여행을 계획하고 있고, 현지 가이드가 필요하시다면 댓글로 미리 알려주세요. 디펜드라와 연락이 닿을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디펜드라가 운영하고 있는 여행사 홈페이지 URL은 아래와 같습니다.


디펜드라 여행사 URL : https://gothehimalay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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