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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빗헌터 Dec 26. 2020

마! 이게 조선의 흥이다

네팔 현지 친구들과 광란의 댄스파티


우리가 바로 K-POP의 민족 아니겠는가



우리는 사람이 없는 옆 주방으로 자리를 옮겨, 히말라야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의 아쉬움을 춤으로 달랬다. 나와 한별이는 네팔식 맥주와 소주에 얼큰하게 취했고, 술을 마시지 않은 디펜드라와 비스누도 우리 못지않게 분위기에 취해 흥이 한껏 올랐다. K-POP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는데, 두 네팔 현지인들에게 한국 사람으로서 잘 노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건지, 아니면 그냥 내가 놀고 싶었던 건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차마 영상을 올리진 못하겠다


빅뱅과 PSY 노래를 몇 곡 틀었을 때쯤, 복도 하나를 지나 건너편 주방에서는 다른 한국인 일행들과 네팔 현지 가이드들이 창문 너머 우리의 춤사위를 구경하고 있었다. 신난 우리는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예에~~ 워허~~~(정말 이랬다)'하면서 손을 흔들며 화답해줬다.


다른 일행의 포터(짐을 들어주는 현지인)이 주방 밖 복도를 지나가길래 끌고 들어와서 같이 놀았다. 아마 그 포터는 어리둥절 했을 것이다... 어디서든 잘 노는 한국인들... 통신 상태가 좋지 않아 노래가 뚝뚝 끊기기도 하고 다음 노래가 재생되는데 버퍼링이 한창 걸려 텐션이 아주 바닥을 치기도 했지만 그게 네팔 감성이 아니겠는가...라는 생각으로 쿨하게 넘겼다. 특히 트레킹 내내 말수가 적고 수줍어하던 비스누는 숨겨둔 흥을 원 없이 발산했다. 네팔 현지 친구들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어, 다시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졌을 때 이 친구들을 꼭 한국에 초대하고 싶다.


찐 행복의 표정들


빅뱅, PSY, 소녀시대 등 유명한 K-POP으로 시작해, 음악은 EDM과 하우스 장르까지 이어졌고, 한시간 넘게 웃고 떠들고 박수치고 춤추며 놀았다. 얼마나 재밌었는지 난방도 들어오지 않는 빈 주방이었는데 땀을 안흘린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다 끝나고 보니 롯지 밖 현지인들이 사는 마을에서도 노랫소리와 환호소리가 많이 들렸다. 알고 보니 네팔의 가장 큰 연휴인 다사인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한국의 추석과도 같은 다사인을 기념하며, 마을 전체가 웃음과 노랫소리로 가득했다. 롯지 안에서의 댄스파티는 끝냈으니, 밖으로 나가 마을 축제에 가보고 싶었지만, 술도 취했겠다 여전히 몸은 피곤했기 때문에 한국의 '힙'은 롯지에서만 보여준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나와 한별이는 침대에 눕자마자 곯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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