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 트렌토 사건

최후의 심판

by 남궁인숙

돌로미티의 하얀 바위산은 저녁 햇살을

받아 금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거대한 산맥이 병풍처럼 둘러싼 계곡 속에

서 있으니, 인간의 존재가 얼마나 작은지

새삼 느껴졌다.

그 순간, 문득 로마 시스티나 성당에서

마주했던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

떠올랐다.


산맥의 웅장한 절벽이 마치 그 프레스코화

속에서 요동치는 인물들의 몸짓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자연의 장엄함 속에서 예술의 장엄함이

겹쳐지며, 신과 인간 사이의 긴장과 질문이

내 안에 되살아났다.

여행은 언제나 풍경을 보는 눈을 넘어,

오래된 역사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돌로미티와 '트렌토 사건'은 서로 다른

맥락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트렌토 사건'은 실제로는 트렌토에서

일어난 사건, 즉 트리엔트 공의회와 연관된

'미술 논란'을 뜻한다.

16세기 유럽은 종교개혁(루터, 칼뱅 등)과

가톨릭 종교개혁이 격렬하게 대립하던

시기였다.

'트렌토 사건'은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을 둘러싼 논란을

떠올리게 한다.

미켈란젤로는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제단 벽에 '최후의 심판'을 그렸다.

이 작품은 인체를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한

그림으로, 당시로서는 대담하게 많은

인물을 나체로 표현했기 때문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리하여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

프레스코화 '최후의 심판'은 지나치게

노골적인 누드로 표현되어 외설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트리엔트 공의회 분위기 속에서

'교회 미술은 신앙심을 돕고, 도덕적으로

건전해야 한다'는 원칙이 강화되었고,

이에 따라 1565년 미켈란젤로가 사망하자,

제자이자 화가였던 '다니엘레 다 볼테라'가 소환되었다.

그는 인물들의 나체 위에 천이나 속옷과

같은 '브리치올로니(breeches)’

덧칠했다.


그래서 볼테라는

'브라게토네( 팬티 그려 넣은 사람)'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이 사건은 예술과 종교적 검열의 충돌을

보여주는 사례로, 르네상스 자유정신이

반종교개혁 시기 교회의 도덕적 규제에

의해 억눌린 단면을 보여주었다


흥미롭게도, 돌로미티 지역(트렌티노 포함)

바로 이 트리엔트 공의회가 열린 곳이다.

즉, 장엄한 자연의 산맥과, 종교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이 같은 지역적 배경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교황 바오로 3세는 작품을 옹호했으나,

당시 일부 추기경과 사제들은 '이 작품은

너무 외설적이다'라며 비판했다.

특히 '비아지오 다 체세나'라는 교황의

수석 의전관은 '이런 나체화는 목욕탕이나

술집에나 어울린다'라고 혹평했다.


이 때문에 종교회의(트리엔트 공의회)

시기에는 예술의 도덕성과 검열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었고,

'최후의 심판'이 그 대상이 되었다.


오늘날 시스티나 성당에서 볼 수 있는

'최후의 심판'은 미켈란젤로의 원작이지만,

일부 인물은 여전히 볼테라가 덧칠한 옷이

남아 있다고 한다.

1980~1994년 대대적인 복원 작업 때

많은 부분이 원래 색채로 돌아왔지만,

완전히 제거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보는 작품은

미켈란젤로의 원작과 당시의 검열 흔적이

공존하는 형태다.


'트렌토 사건'은 정확히 말하면,

트리엔트 공의회 시기의 종교 검열

분위기와 맞물려 벌어진 〈최후의 심판〉

외설 논란이었다.

그나마 제자 볼테라가 인물들에게 옷을

입혀서라도 덧칠한 덕분에,

오늘날 작품이 원작과 수정본이 섞인 채

현존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트렌토 사건'은 단순한 미술 논란

을 넘어, 예술과 종교의 관계를 새롭게

규정한 순간이었다.

〈최후의 심판〉의 누드 인물들은

르네상스의 자유정신을 상징했지만,

반종교개혁은 그 위에 '도덕'이라는

옷을 입혔다.

그 결과 예술은 신앙의 도구로 다시

제자리를 찾아야 했고, 표현의 자유가

제약을 받았다.


그러나 이 긴장은 동시에 예술이 사회와

어떻게 협력해야 하는지를 되묻게 했다.

오늘날 트렌토 사건은

“예술은 어디까지 자유로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거울로 남아 있다.

그나마 그의 제자 '다니엘레 다 볼테라 '

덕분에 원작과 수정본이 공존하여,

시대적 흔적이 남은 예술사적

증거물이 되었다.



https://suno.com/s/oLq9B2jTgEHTcEq4



가려진 빛


작사:콩새작가

작곡:수노


1절

천장의 별빛 아래 그려진 진실,

두려움 없는 몸짓이 외쳤네.

그러나 손에 든 붓은 묶이고,

옷자락이 진실을 덮어가네.


빛은 가려도, 사라지지 않네,

심판의 눈빛은 여전히 살아.

예술의 자유, 영원히 울리리,

트렌토의 벽을 넘어 퍼져가네.


2절

권력은 도덕의 이름을 빌려,

인간의 몸을 부끄러움에 가두네.

하지만 화가의 심장 속 불꽃,

역사의 벽에 새겨 불타네.


빛은 가려도, 사라지지 않네,

심판의 눈빛은 여전히 살아.

예술의 자유, 영원히 울리리,

트렌토의 벽을 넘어 퍼져가네.


옷으로 덮은 건 육체의 형상,

지우지 못한 건 영혼의 울림.

검열의 그림자, 긴 밤이 와도,

진실의 새벽은 다시 오리.


빛은 가려도, 사라지지 않네,

심판의 노래는 끝내 피어나.

예술의 자유, 불멸의 외침이,

트렌토의 벽을 넘어 날아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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