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

연극 '준생'을 보고

by 남궁인숙

대학로에서 안중근 의사의 아들에

관한 연극을 보았다.

안중근이라는 이름은 우리에게 곧

'하얼빈 의거'를 떠올리게 한다.

교과서 속에서, 역사 강연 속에서,

그는 늘 의연하고 결연한 독립운동가로

서 있었다.

그러나 연극 '준생'은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갔다.

영웅의 삶이 남긴 흔적이 어디까지

이어졌는지, 그리고 그 그림자 속에

어떤 이들이 있었는지를 묻게 하였다.


이번 작품은 안중근 의사의 의거와

옥중 생활을 넘어, 그가 남기고 간

가족의 삶, 특히 막내아들, '준생'의

시선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영웅의 이름'은 자랑이자 동시에

짐이었다.

아버지가 영웅이기에 세상은 존경을

보냈지만, 그 자식에게는 결코 가볍지

않은 삶의 무게가 드리워졌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장면들은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한 인간 안중근'을 보여주었다.

그 역시 아버지였고, 남편이었으며,

누군가의 아들이었다.

대의를 위해 목숨을 던졌지만,

남겨진 이들에게는 삶이 계속되어야

했다.

그 연속된 삶을 바라보는 순간, 우리는

역사를 단순히 찬란한 영웅담으로만

기억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극 속에서 막내아들 '준생'의 모습은

깊은 울림을 남겼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인해 자부심을

느끼기도 하지만, 동시에 끝없는 비교와

고독 속에 서 있어야 했을 것이다.

'영웅의 자식'이라는 타이틀은 어느 순간

그 자신의 존재를 삼켜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연극은 그 무게를 단순히

비극으로만 그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 안에서 인간적인 갈등과 사랑,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시대를 초월한

질문들을 담아냈다.



나는 관객으로서 그 무대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우리는 얼마나 쉽게 영웅의

삶을 영웅담으로만 기억하는가?'

영웅을 기리는 일은 중요하지만,

그 영웅도 결국 한 사람의 삶을 살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영웅이 떠난 뒤에도 역사는

계속되고, 그 뒤를 이어 살아내야 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준생'은 바로 그 부분을 조명했다.

남겨진 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우리는 안중근을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있게 된다.

그는 위대한 독립운동가이면서도, 동시에

한 가정의 가장이었고, 아버지였다.

그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야말로

영웅을 진정으로 기억하는 길일지

모른다.


극장을 나서며, 마음속에 묵직한 울림이

남았다.

'영웅으로 살다'라는 부제처럼,

안중근 의사의 삶은 분명 영웅적이었다.

그러나 그 영웅의 삶을 이어받아

'살아내야 했던 존재들' 역시 또 다른

의미의 영웅이 아니었을까?


이 연극은 결국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영웅은 혼자가 아니다.

영웅의 그림자 속에서 살아간 이들의

이야기도 함께 기억해야 한다.'라고.



영웅의 그림자 속에서 연극 '준생'은

안중근 의사의 막내아들, 안준생의 삶을

무대 위에 불러냈다.

'영웅의 아들'이라는 굴레는 삶의 방향을

바꾸어 놓았고, 그는 그 안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야 했다.

그럼에도 '준생'은 살아내었고, 그 삶 자체가

또 하나의 증언이었다.

'준생'은 '안중근’이라는 거대한 서사의

무게에서 벗어나, 아들의 시선을 따라가는

시도를 보여준다.

그 결과, 관객은 ‘영웅의 후예’라는 고통을 이해하게 된다.

완벽한 서사적 전환은 아니더라도,

영웅 뒤에 남겨진 삶을 바라보게 한

첫걸음이 된 것이다.


배우로서 '공정환' 배우를 다시보게

된 연극이기도 했다.



https://suno.com/s/FdFi396Ev52exuIH



준생


1절

아버지는 역사의 길 위에 서시고

나는 남겨진 삶을 걸어가네

영웅의 이름, 빛나는 별빛 속에서

내 작은 목소리 메아리로 번져가네


2절

자랑은 눈물이 되고

고통은 곧 짐이 되지만

살아서 증언하라는 뜻처럼

내 이름 준생, 그 무게를 품으리


준생, 살아 있음으로 이어가리

영웅의 그림자 속에서도 꺼지지 않으리

아버지의 뜻과 나의 삶이 겹쳐

또 다른 역사가 되어 흐르리


3절

세월이 지나도 불꽃은 꺼지지 않고

내 심장 속에 맥처럼 살아 있네

한 아들의 이름, 한 인간의 노래로

영웅의 뒤를 이어 노래하리라


준생, 살아 있음으로 이어가리

영웅의 그림자 속에서도 꺼지지 않으리

아버지의 뜻과 나의 삶이 겹쳐

또 다른 역사가 되어 흐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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