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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님'이라고 불린 아침

by 남궁인숙

출근을 하기 전 거울 앞에 서옷장을

한참 들여다봤다.

늘 바쁘게 고르던 옷이지만, 오늘은 조금

여유가 있었다.

그렇게 손에 잡힌 것은 오래전 사 두었던

가을빛 파스텔톤 원피스였다.

오늘은 조금은 가볍고, 화사하게 입고

싶었다.

하늘은 높고, 바람은 부드러워서 아직

두꺼운 옷은 입기엔 이르고, 그렇다고

여름의 옷을 입기에는 덜 채워지는

계절이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일찍 등원한 아이들이

현관 앞에서 반겨주었다.

“원장님! 공주님 같아요.”

라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신발을 벗자마자 바로 장미반 교실로

들어갔다.

여섯 살 예나가 동그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내 원피스 치맛자락을 붙잡았다.

예나 책상 앞에는 색연필과 도화지가 놓여

있었고, 도화지에는 여자친구들이 자주

그리는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공주님이

그려져 있었다.



순간 피식 웃음이 나왔다.

우스꽝스러운 해프닝이지만, 예나의 눈에는

내가 동화 속 공주로 보였던 모양이다.

예나는 그림 속 공주와 나를 번갈아 가리키며

웃었다.

원장님, 이 그림이랑 똑같아요!”

예나는 수줍게 말했다.

나는 예나의 그림 속 공주님 옆에 작은

하트를 그려 넣어주었다.

그러자 예나는 까르르 웃으며 친구들에게

자랑했다.

그 순간 교실 안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날 아침, 예나의 한마디는 기분 좋은

나의 하루를 시작하게 하였다.

흔히 옛말에 “오늘 일진이 좋았다.”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운이 좋거나 일이 뜻대로 풀릴 때

그렇게 말하곤 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 말속엔 단순한

운세 이상의 의미가 숨어 있다.

‘좋은 일진’이란 어쩌면 내가 세상과 조화를

이루는 순간을 말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사소한 일에도 미소가 지어지고,

우연히 만난 사람과의 대화가 하루를

따뜻하게 만드는 날. 그럴 때 우리는

오늘은, 일진이 참 좋았다.”

라고 자연스레 말한다.


예나가 원장님 오늘 공주님 같아요.”

라고 건네었던 한마디가 나의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하게 했다.

운이 좋았던 하루의 비밀은, 누군가의 다정한

말 한 줄에 숨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건넨 작은 말 한마디,

따뜻한 눈길 하나가 하루를 빛나게 한다.

우리가 서로를 공주와 왕자,

혹은 히어로로 바라보는 순간,

일상은 언제든 동화가 된다.



https://suno.com/s/Z4Tjw9IoDlsAhVUU



동화가 된 날


작사:콩새작가

작곡:수노


라라라라 라라라라

창가에 앉아 웃음이 번져

햇살은 두 사람을 감싸네

아이의 눈빛 속에 피어난 꿈

오늘은 동화가 되었네


우우우우 우우우우

공주라 부른 그 한마디에

마음이 가볍게 날아가네

작은 웃음이 우리를 이어

세상은 따뜻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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