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가족모임이 있었다.
하루가 지났는데 퇴근 무렵, 뜻밖에
큰오빠에게서 전화가 왔다.
무슨 일인가 싶어 받았더니,
“어제 못 한 얘기가 있어서 전화했다.”
라고 하셨다.
오빠의 목소리는 조용했다.
“네 큰아들 말이다, 잘 컸더라.”
순간, 나는 '역설화법인가' 하고 가슴이
살짝 두근거렸다.
“갑자기 왜요?”라고 묻자, 오빠는 어제의
장면을 천천히 꺼내셨다.
점심때 고기를 구울 때부터, 우리 큰아들은
고기를 구워 어른들 앞에 고기를 올려주며,
손님 대접을 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고
했다.
저녁식사 시에는 종업원을 부르지 않고
직접 앞접시를 가져다 외숙모와 외삼촌께
바지락칼국수를 떠주더란다.
그 모습을 보고 마음속으로
"이 녀석 참 기특하다"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그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라고 말했지만,
오빠는 고개를 저었다.
"요즘 애들은 그렇지 않아.
자기 먹기 바쁘지."
"우리 아들만 봐도 그래."
"그 녀석은 사십이 다 되어가는 데도, 자기
입으로 들어가기 바빠."
그리고 "네 아들은 술도 잘 배웠더구나."
"아주 술매너도 좋더라."
오빠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큰 아이 칭찬을
쏟아내고, 애들한테 잘해주라고 하고서
전화를 끊으셨다.
전화를 끊고 나서 한참을 생각했다.
나는 그저 ‘당연한 일’이라 여겼지만,
누군가의 눈에는 그것이 ‘드문 미덕’으로
비쳤나 보다.
배려는 가르침보다, 눈앞의 본보기를
통해 배우는 법이다.
어제 올케가 내 뒤를 따라오면서 웃으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가씨, 아들 손을 그렇게 다정하게 잡고
다니면, 이다음에 어떻게 다른 여자한테
장가보내요?”라고 했다.
나는 그 말에 그냥 웃어넘겼었다.
솔직히, 난 우리 아들들과 손잡고 다니는
게 좋다.
말이 없어도 손끝에서 마음이 전해진다.
그 녀석 손의 온기가, 묵묵히 나를 응원하는
것 같다.
언젠가 그 손이 다른 누군가를 잡게
되겠지만, 그래도 지금 이 순간,
내 손안에 있는 따뜻한 온기를 오래 기억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날 저녁, 나는 큰오빠의 전화를 떠올리며
미소 지었다.
“그래, 잘 컸구나. 누가 시키지 않아도 먼저
다가가 배려할 줄 아는 마음으로.”
그건 부모로서 듣는 가장 따뜻한 칭찬이었다.
https://suno.com/s/jIc6C5Mcbtm0TnBO
작사: 콩새작가
작곡:수노
1절
낙엽이 바람에 쓸려가던 오후
그 길 위를 나란히 걷던 엄마와 나
말없이 스치는 손끝 하나에
지난 시간이 고요히 머물렀죠
가을이 오면 난 그 손을 기억해요
조용히 내 손을 덮어주던 온기
말보다 깊은, 그 짧은 순간이
내 삶의 가장 따뜻한 장면이었죠
2절
세월이 흘러도 닮아가는 얼굴
가끔은 그 손이 나를 닮았죠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 속에도
당신의 숨결이 아직 살아 있어요
가을이 오면 난 그 손을 잡아요
서로의 마음을 닮은 그 온기로
이 길의 끝에도, 변하지 않을 건
우리의 손, 그 약속 하나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