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원으로 새 차를 뽑다

by 남궁인숙

출근길에 운전석 계기판 모니터에 타이어 밸런스를 점검하라는 경고표시가 뜬다. 공기압 밸런스의 차이로 타이어 펑크가 의심된다는 내용의 글을 읽자마자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바퀴가 흔들리고 꿀렁임이 느껴지기에 바로 타이어 수리점으로 향했다.

2년 전에 타이어를 교체했던 곳을 가보니 문이 굳게 닫혀있고, 현관문에 커다란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젊은 사람들이 친절하게 잘해 주었던 곳이었는데 코로나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을 한 것 같다.

사무실 유리창 너머에 군데군데 빈 책상과 의자들이 자기 자리를 잃고 놓여있다.

갑자기 지금부터 어디로 가서 수리를 하지? 멘붕이다.

지난겨울 지방을 다녀오다가 서울에 거의 도착할 즈음에 지금처럼 타이어의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는 센서 경고표시로 겨우 찾아갔던 타이어 대리점이 생각이 났다.

그 당시 늦은 시간인데도 직원이 친절하게 무료로 공기압을 봐주고,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가는 길까지 안내를 받았었다.


그곳에 도착해보니 벌써 여러 대의 자동차들이 타이어를 수리하고 있었다. 차량 대열에 서서 내 차례를 기다렸다. 타이어 대리점 직원은 자동차를 살피면서 뒤쪽 타이어를 빼내어 보여준다.

대 못이 4개나 박혀 있어서 바람이 빠져나간 것이라고 알려준다.

대 못이 4개씩이나 박히도록 둔한 나를 책망해 본다.

대리점 직원은 덧붙이기를 대 못을 빼고 펑크 난 곳 만 수리해서 될 일이 아니라고 한다.

수리해봤자 또 바람이 샐 것이라면서 타이어가 전체적으로 마모되어서 4개 모두 교체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한다. 금액이 만만치 않았지만 안전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교체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고객 대기실에서 30분 정도를 기다리면서 타이어를 교체하기로 했다.

고객 대기실에 앉아 사무실 벽을 둘러보니 이곳의 역사가 한눈에 들어오는 포스터들이 붙어있다.

창업주의 경영철학과 사훈과 경영목표, 사명감과 가치관, 우리 점포의 경영법칙 등 온통 벽을 도배한다는 것은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신 분인 것 같다.


그림 - Pixabay



'귀를 훔치지 말고, 가슴을 흔드는 말을 해라'라는 포스터도 붙어 있었다.


1억을 만들라는 CEO의 경영철학이 확고해 보이는 이곳 사무실에는 고객이 기다리면서 배고프면 드시라고 컵라면이 구비되어 있고, 각종 다과가 준비되어 있다.

고객이 타이어가 모두 교체되는 시점까지 지루하지 않게 하려는 이 회사의 영업방식이겠지만 먹을거리 앞에서 기분이 좋아졌다. 아침을 먹지 않고 출근했기에 컵라면에 계속 눈길이 갔지만 참았다.

타이어 대리점, 그것도 고객 대기실에서 보는 사람은 없었지만 점잖은 여성이 라면을 호로록거리는 게 과히 좋아 보이지 않을 것 같아서다.

더치커피 한잔을 타서 마시면서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창업주의 자서전 겸, 경영철학서를 휘뚜루마뚜루 읽어보았다. 잠깐이지만 창업주의 뚜렷한 경영의지와 성실하게 열심히 일하는 직원은 누구라도 대리점 사장이 될 수 있는 경영구조와 충직한 직원에게 대리점을 내어주는 경영마인드, 그리고 CEO 학교 설립에 대한 비전 등을 제시해 놓은 책을 읽으면서 대단한 분이라는 인상을 갖게 한다.


어린이집 현관에도 각종 안내문들이 게시판을 뒤덮고 있다. 이것 또한 어린이집을 알리려고 하는 어린이집의 운영방침이다. 타이어 대리점의 사무실 벽면을 보면서 오늘 또 한 수 배운다.

나도 당장 어린이집에 들어가면 학부모가 게시판을 보면서 어린이집에 대한 많은 것들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좀 더 치밀하게 배열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수리가 다 되어 계산을 하고 나니 직원은 또다시 친절한 안내를 해준다. 진료 기록부가 있으니 언제든지 공기압 점검, 펑크 수리, 밸런스, 위치 교환은 무상으로 서비스받을 수 있고, 지역이 달라도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자기네 대리점에 가면 모두 무상으로 수리받을 수 있다고 안내해준다.

지난겨울 그곳 고객이 아니어도 공기압 점검을 무료로 봐주고, 친절하게 대했던 직원을 떠올리면서 내게 보여주었던 작은 배려가 나를 다시 이곳에 재방문하게 하였고, 지갑을 열어서 100만 원 정도의 지출을 유감없이 하게 했다는 생각이다.

바퀴 4개를 교체하고 운전해 보니 오늘 새로 나온 차를 시승하는 느낌이다.

그래, 나는 오늘 100만 원으로 새 차를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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