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할아버지

프랑스 투어 4탄

by 남궁인숙

파리에서 독일행 비행기를 타고서 이륙을 기다리는데 창가 쪽 옆자리에 내 키와 몸무게의 두배 정도 되는 유럽 할아버지가 비좁은 비행기 의자에 몸을 구겨 넣어 앉는다.

이륙하기까지 30분 정도가 걸리는 과정에 유럽 할아버지는 정체되어 있는 창 밖의 풍경을 열심히 사진으로 남긴다. 왜 같은 사진을 저렇게 반복해서 찍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친구는 멍하니 출발만 기다리지 말고 심심하니 옆의 할아버지에게 말을 시켜 보라고 한다.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니 크로아티아에서 부인과 함께 파리 여행을 왔다고 한다. 부인은 다른 좌석을 배정받아 따로 앉게 되었다고 한다.

' 나 같으면 자리 좀 바꿔 달라고 했을 텐데......'

'ㅋ 나도 바꿔주지 않았을 것이다. 친구가 내 옆자리에 앉아 있으니......'


난 한국인인데 한국을 아느냐고 물으니 전혀 모른다고 한다.

'한국의 싸커를 모르느냐?'

'88 올림픽도 모르느냐?'

'대한민국 짝짝 짝짝 짝짝~~~~~. 이것도 모르느냐?'

'싸커 플레이어? 토트넘! 손흥민도 모르느냐?'

나는 한국을 알릴만한 것을 총동원해서 손짓 발짓을 하며 쏟아냈다.

결국 포기하고...

크로아티아와 오렌지색 지붕이 멋진 드 브로닉은 가봤다면서 아는 척을 하였다. 유럽 할아버지는 영어가 짧아 미안하다고 한다. 나는 영어가 짧긴 피차 마찬가지니까 괜찮다고 했다.

서로의 언어가 다른 외국인을 위해 천천히 말해주는 유럽 할아버지가 예의 바르다는 느낌이 든다.

태국과 일본은 가보았다고 한다.

'그런데 왜 한국은 안 갔냐고요?'

속으로만 눈으로만 욕하면서 나는 아는 영어를 총동원해서 크로아티아의 아름다움을 계속 얘기했다.


자녀가 몇이나 되느냐는 질문에 신이 나셨다.

아들 둘이 있는데 손주가 셋이 있다고 하면서 갑자기 핸드폰의 폴더에 저장된 사진들을 보여준다.

핸드폰 폴더 속의 사진들이 300장은 넘게 저장되어 있어 보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식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은 똑같은 것 같다.

폴더 가득 소장된 손녀 손자들 사진을 보여주는데 어마 어마하게 많다.

짧은 시간 안에 약 200장 정도를 모두 보여주시면서

자기 집, 정원, 가족사진, 강아지까지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주신다. 거기에 손주들이 수영장에서 재미있게 노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까지 보여 주신다.

본인은 정원 가꾸기가 취미시라면서 최근에 가로등처럼 정원에 전등을 설치해서 뿌듯하다고 한다. 그러면서 가로등이 설치된 정원의 야경사진도 보여주신다.

반려견의 사진 몇 장을 보여주는데 반려견이 야광 의상을 입고 있는 게 독특해서 이 옷은 뭐냐고 물으니 반려견이 자기 집의 안전 요원이라서 입혔다고 한다.

'무뚝뚝한 한국 할아버지와 많이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할아버지의 가족 소개를 듣다 참지 못하고 한국 속담을 얘기해주었다.

한국에서는 손주 자랑하려면 돈 만원을 테이블 위에 내놓고 자랑한다고 했더니 아랑곳하지 않는다.

분명 못 알아 들었다.

지금은 은퇴했느냐 물으니 그렇단다.

그러더니 은퇴 전에 하던 일을 설명해주고, 또다시 직장 생활하던 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여준다.


사진이라는 매개체 참 좋다! 초면에 인간관계 형성을 하는데 좋은 자료임에 틀림없다.

부러울 만큼 잘 살고 계시는 전형적인 화목한 가정의 유럽 할아버지였다.


유럽 할아버지는 가족에게 보여주기 위해 이륙 중에도 항공사진을 열심히 찍는다.

멋진 할아버지다!


나이 들어서 건강하게 부부동반 해외여행하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여행 중에 두 분이 싸우지는 않는지 물어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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