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렌터카 반납하기

프랑스 투어 2탄

by 남궁인숙

남의 차를 운전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특히 파리 시내처럼 시내 중앙에 환상 교차로가 많으면 운전의 기교를 부려야만 통과할 수 있다. 여기서 환상 교차로란 영어로 roundabout, 가운데 교통섬이 있는 원형으로 만들어진 교차로의 한 형태다.

신호등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많아 속도를 줄여 진입을 해야 하는데 운전의 달인이 아니면 여간 도로들을 통과하기 쉽지 않다. 특히 파리처럼 교통 신호체계가 복잡하고 신호등을 무시하는 행인이 많은 곳은 더욱 안전운전이 어렵다.

그나마 운전대를 잡은 친구가 운전을 잘해서 렌트를 해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현실은 죽다 살아난 기분이다.

우리는 파리에서 도보로 시내투어를 마치고 몽생미셸을 가기 위해 마들렌 사원 지하 주차장 안에 있는 AVIS/Budget에서 렌터카를 빌렸다. 렌터카 직원의 여러 상황들에 대한 당부와 설명을 듣고(사실은 거의 안 들림) 이틀 뒤 11시에 차를 반납하기로 하였다.

우리는 렌터카를 타고 파리 시내를 어렵게 통과해서 이틀 동안 재미있고 즐겁게 여러 지역을 둘러보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마지막 하루를 남기고 pcr검사를 해야 했다.

샤를 드골 공항에서 pcr검사를 마치고 호텔 체크인을 하고 케리어를 호텔에 두고 나오면 2시가 넘어가지만 렌터카 사무실은 주말이니까 6시까지 운영할 것이라는 굳은 믿음을 갖고 호텔 체크인 후에 렌터카를 반납하기로 하였다.

2시 이전에 호텔에 도착하여 수속하는데 우리가 예약한 날짜가 오늘이 아니고 다음 달 6월로 되어있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무슨 연유인지 호텔 예약이 한 달 뒤로 되어 있었다.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겨우 룸을 빌려 체크인을 하고 캐리어를 두고 렌터카 반납 장소를 향했다.

렌터카 사무실에 도착하니 토요일 근무로 2시에 일과가 끝난 상태였다. 현관에 게시된 근무시간표를 보니 토요일은 2시까지, 평일은 6시까지라고 분명하게 게시되어 있었다.

빌려 갈 때는 이 게시판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반납하러 오니 이제야 게시판이 눈에 들어온다. 한국처럼 토요일과 일요일도 근무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착각이었다.

혹시나 자동차 키를 반납할 수 있는 키박스라도 있는지 구석구석을 살펴보았으나 키박스는 눈에 띄지 않았다. 우린 서로 얼굴을 쳐다보면서 망연자실 눈알만 굴렸다.

'어떻게 하지?'

' 자동차를 두고 그냥 갈까?'

'열쇠를 자동차 안에 두면 되겠지?'

'아냐 , 누가 가져가면 어떻게 해?

우왕 좌왕 아무도 명확한 답을 낼 수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 리옹역에 가보면 같은 렌터카 업체가 있으니 반납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한다. 구글 맵을 열어서 확인하니 리옹역은 아직 근무 중으로 나온다.



택시를 타고 리옹역에 갔으나 코로나 상황으로 렌터카 사무실은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난감하다.

"맞다. 한국식당을 찾아보자. "

친구 중 누구는 한국식당에 가면 사장님이 한국사람이어서 도와주실 수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한다. 바로 택시를 타고 오페라 근처의 한국식당을 찾았다.

한국식당에 오니 한국말을 하는 직원이 있어서 자초지종을 말하니 매니저를 불러 주겠다고 한다.

매니저는 한국 유학생이었다. 그 매니저는 우리의 절박한 심정을 다 듣고 나서 하는 말이 프랑스에서는 법률적인 문제로 남의 자동차의 키를 받아서 대신 건네줄 수 없다고 한다.


또다시 청천벽력이다. 렌터카를 반납 못해 걱정을 하고 있는데 옆 테이블의 멕시코 여성이 한국인이냐며 아는 척을 한다.

알고 보니 프랑스인 남편이 10년 전에 한국의 신라호텔 셰프였다고 한다. 4년간 한국에서 살다 왔지만 한국말은 못 한다면서 한국은 너무 좋은 나라라고 칭찬을 한다.

우리는 순간 타지에서 한국인을 만난 심정으로 손짓 발짓을 총동원해서 날 좀 도와달라고 했다.

셰프 부부는 자초지종을 듣더니 우리가 계약한 자동차 계약서를 보여달라고 한다.

계약서를 모두 읽고 나더니 다시 렌트한 장소에 가보면 반드시 키박스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당신들도 한 달 전에 렌터카를 빌렸다가 반납 시간이 늦었는데 사무실 앞에 키박스가 있어서 거기에 두고 온 적이 있다고 한다.

우리는 현지인의 무용담을 듣고 나니 그제야 시킨 음식들이 입으로 넘어간다.

맛있게 먹고 다시 AVIS렌터카 사무실로 향했다.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키박스는 여전히 없었다. CCTV도 없는 지하 주차장이라서 그냥 놔두고 가면 안 될 것 같았다.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입구 쪽으로 걸어 나오자니 우리나라 하*마트처럼 생긴 대형 가전제품을 파는 곳이 나온다. 매니저로 보이는 사람에게 렌터카 사무실을 잘 아느냐고 물으니 잘 안다고 한다. 그는 우리가 프랑스어를 못하니까 잠깐 기다리라고 하면서 영어 잘하는 직원을 불러주었다.

영어를 잘하는 판매사원에게 우리는 렌터카를 반납하고 싶은데 사무실 문이 잠겨 차를 반납할 수 없으니 반드시 차를 반납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였다.

이해하겠다고 하면서 자기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브렌치 회사들을 찾아서 알려주는 일이라고 하면서 스마트폰으로 검색해서 리옹역과 샤를 드골 공항은 아직 근무 중으로 뜬다고 설명한다. 리옹역은 우리가 이미 가봤지만 문이 닫혀있다고 말하니 잠깐 기다리라고 하면서 샤를 드골 공항지점에 전화를 해본다.

꼭 도와주겠다면서 우리를 안심시키는 20대 프랑스 청년, 참 친절하기도 했다.

청년은 공항점에 전화를 했으나 공항점은 기계음만 나오고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아들 같은 프랑스 청년에게 계속 우리는 당신만 믿는다. 꼭 키를 반납하고 싶다고 절실하면서도 간곡하말했다.

청년은 번역기를 다운로드하여 프랑스어로 뭐라 쓰고 한국말로 된 문자를 보여준다.

다시 한번 이 청년 너무 침착하고 착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번 시도 끝에 알아본 결과 공항점은 근무하고 있다면서 공항으로 가보라고 한다.

공항에서 왔는데 또 공항으로? 하지만 찬밥 더운밥 가릴게 아니었다.

' 정말 이 청년은 친절하구나. '

인증샷을 남기고 싶다고 하니 흔쾌히 포즈를 취해준다. 자기는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이라면서 이름표를 보여주면서 이름도 알려준다.


LIAM


이번 여행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너무 친절해서 놀랬다. 나도 외국인이 도움을 요청하면 좀 더 친절하게 대해야겠다고 다짐해보는 시간이었다.

드디어 우리는 공항에 있는 AVIS 렌터카 사무실에 도착했다. 이용하지도 않은 렌터 카의 하루 이용 요금과 페널티를 지불하고 겨우 렌터카를 반납할 수 있었다.

'언어를 모르면 이렇게 고생을 하는구나.....' 그래도 기뻤다.

'반납한 게 어디냐? 한국으로 렌터카를 짊어지고 갈 판이었는데.......'


다시 한번 프랑스의 친절했던 시민들께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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