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항체는 없다

by 남궁인숙

코로나로부터 슈퍼 항체를 가져서 "난 절대로 코로나에 안 걸릴 거야".

확진자와 세 번이나 식사를 했어도 한 번도 안 걸린 걸 보면 난 확실한 '슈퍼 항체'야.


직원들이 모두 코로나에 확진되었다.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코로나에 확진되지 않으려고 4차까지 백신 주사도 맞았다.

무진장 애쓰면서 하루하루를 버텼는데......

나의 오만이다. '슈퍼 항체'라는 것은 없다.

자고 일어나니 목이 칼칼하면서 숨 쉬는 게 불편하고 가래가 끓어오르는 것 같다. 설마 하면서 자가 키트 검사를 오전과 오후로 나눠서 세 번을 해 보았다. 한 줄이었다.

'아, 내가 너무 예민하구나......'

다음 날은 목이 더 잠기는 것 같다. 집에서 자가 키트를 해보니 키트에 한 줄이 나왔지만 믿을 수가 없어서 신속항원검사를 하기 위해 병원에 갔다. 선생님께서는 감기인 것 같다면서 감기약을 처방해 주셨다.

다음 날, 출근해서 한참 일을 하는데 가래가 끓어 올라 호흡이 곤란하였다. 자가 키트 검사 결과 희미하게 두줄이 보였다.

바로 집에 갈 준비를 하고 병원에 가서 신속항원검사를 통해 의사 선생님은 코로나 확진이라면서 키트에 두 줄 임을 확인시켜준다. 결국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했다.


여지없이, 맥없이, 너무도 순식간에 코로나에 감염이 되었다. 어디서 걸린 것인지 알 수도 없다. 억울하다.

가족들 모두는 코로나(나)로부터 안전하기 위해 뿔뿔이 흩뿌려졌다. 오로지 나 혼자서 집콕을 하기로 하였다.

별안간 혼자서 할 일이 없어졌다.

'뭘 하지?'

그림도구를 꺼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재료가 없다 보니 화실에서 그리는 것보다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두어 시간 동안 살벌하게 그림을 그리고 나서 떨쳐 버렸다.


다음 날 아침, 눈은 평상시처럼 떠진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오늘은 일찍 일어날 이유가 없다. 하루 종일 집안에만 콕 박혀 있어야 한다. 책을 읽어보려고 펼쳐 보았다. 책의 글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목이 아프니 눈도 아프고, 목소리도 나오지 않아서 집중하기가 어렵다.

오래간만에 하루 종일 긴 잠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니 너무 많은 물을 마시고 잠을 잔 탓인지 쌍꺼풀 수술해서 부운 눈처럼 눈두덩이가 퉁퉁 부어있다. 눈두덩이가 너무 부어 올라 세상이 반밖에 보이지 않는다.

'오늘은 뭘 하지?'

냉장고를 열어보니 추석 선물로 받은 마늘이 있다. 아침은 거르고 점심시간이 다 되도록 반접의 마늘을 깠다. 내 생에 이렇게 진지하게 마늘을 까 본 적이 있었나 싶다. 한 바구니를 까놓고 나니 손가락 끝이 얼얼하다.

마늘, 너! 참 독하다.


- 밀 키트로 만든 파스타 -


계란을 삶아서 다시마, 대파, 월계수 잎, 맛간장, 오디즙과 통마늘을 넣고 장조림을 했다. 제법 맛이 있었다.

코로나로 집콕하면서 "내가 음식을 하네" 혼잣말을 한다.

식욕은 없지만 약을 먹기 위해 밥을 먹어야 했다. 음식 만드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시간이 아깝다

*팡에서 밀 키트를 잔뜩 주문하였다. 할 일 없으니 먹을거리나 만들어야겠다는 심정이다.

온라인 마켓에 감바스, 스파게티, 냉메밀, 과일, 육개장, 뚝배기 등 없는 게 없다. 대한민국은 인터넷 쇼핑 천국이다.

다음날 새벽 산더미처럼 문 앞에 박스 포장들이 쌓였다. 시간대 별로 계속 배달되는 물건들에 재활용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왔다. 후회했다.


지구는 썩어가는데 나처럼 코로나 확진자들이 주문한 물품의 버리는 재활용 쓰레기가 너무 많을 것 같아서 걱정이다.


좀 전에 한강물을 따라서 온갖 플라스틱의 장마 잔해들이 흘러내려가는 것을 보았다.

홍천 주민이 사용한 것이라는 표시가 진하게 박혀있는 구명조끼가 장마로 인해서 한강물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한강이 쓰레기 더미들의 수영장이 되어버렸다.

지구는 이렇게 썩어가는데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나? 유용하게 사용되는 플라스틱이 무섭다. 나만 걱정인가?

E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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