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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작가 Jan 26. 2022

밥 먹기 전 꼭 그걸 먹어야 하니?

  퇴근 후, 아들은 엄마의 얼굴을 보자마자 "엄마~ 밥"이라고 한다. 아들의 '밥'이라는 말에 엄마는 옷도 벗지 못하고 정신없이 저녁을 준비한다.

  엄마가 밥 짓는 것을 보면서 배고픈 아들 녀석은 속절없이 냉장고에서 먹다 남은 치킨을 꺼내어 전자레인지에 데우면서 하는 말이 "어휴 비린내~"라고 하면서 인덕션 위의 찌개 냄비를 바라보면서 얼굴을 찡그린다.

  저녁 메뉴로 동태 알탕 찌개를 보글보글 끓이고 있는 엄마의 머리 위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엄마는 큰소리로 아들에게

 "너 저녁 안 먹을 거야?"

"밥 먹기 전에 꼭 그걸 먹어야 하니?"

"엄마 밥 하지 말까?"라고 쏘아 부친다.

언성이 높아지니 아들은 꼬리를 슬그머니 내린다.

"엄마~ 미안 미안, 배고파서 조금만 먹으려고 했어요~~"라고 한다.

"그래, 배 고파도 좀 참아야지 엄마는 지금 퇴근하자마자 옷도 못 벗고, 아들이 배고프다는 말에 빨리 밥 지어서 먹이려고 준비하는데, 아들은 음식 옆에서 비린내 난다고 하면 엄마가 요리하고 싶겠니? 생선 요리에 비린내 나는 건 당연한 거지"라고 엄마는 볼맨 소리를 욱여넣는다.


  그러고 보니 오늘 오후에 만 2세 영아가 낮잠시간에 교구장 위로 올라가서 위험한 행동을 하고 있고, 친구들이 자는데 못 자게 하면서 친구들을 때린다고 교사는 복도로 영아를 데리고 나와서 영아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교사는 영아의 행동을 수정하려고 최대한 감정을 누르면서 열심히 얘기를 하는데 영아는 선생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선생님 허벅지를 솜사탕 같은 아기 주먹으로 치며 화풀이를 한다.

선생님도 아이와의 실랑이로 언성이 높아지며 진지해져 간다.


  나는 참지 못하고 원장실 문을 열고 나가서 교사에게 다음과 같은 팁을 알려주었다.

  "선생님! 이럴 때는 너무 많은 말을 하려고 하지 말고 가만히 아이를 지켜보세요. 옆에서 가만히 기다려 주시면서 아이도 생각할 시간 주세요. 그리고 아이가 화가 풀리거든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그 상황을 물어보세요. 그런 다음에 선생님이 느끼고 있는 지금 상황을 말해주세요."라고 하면서 영아에게 시간을 주도록 하였다.


  한참 후, 영아가 조용해지니 교사는 영아에게 이야기할 마음이 되었는지 물어보니 영아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선생님은 00 이가 위험하게 노는 게 걱정이 되어 그랬어. 선생님도 00에게 큰소리로 말해서 미안했어. 선생님 안아 줄 수 있겠니?"

 영아는 선생님과 진한 허그를 한 후에 보육실로 들어간다.

  교사가 떼를 쓰는 영아의 행동을 수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 키우기 참 어렵구나'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퇴근 후 일상으로 돌아와서 스무 살이 넘은 아들의 모습이 못마땅해 따지는 내 모습에 오후에 있었던 어린이집 상황을 떠올리게 된다.

  '사람 키우는 일 쉽지 않다.'

  '엄마가 저녁 준비를 하는데 냉장고에서 치킨을 꺼내서 저녁밥을 먹기 전에 먹게 되면, 네가 저녁밥을 맛있게 먹지 못할까 봐 걱정이 되는구나.'라고 했어야 했다.

  날마다 마음을 비우는 일이 내가 하는 일, 도를 닦는 일이다. 오늘도 도를 닦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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