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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영화 한 편이 철학책 1,000권을 대신한다고?

by Francis Lee

영화 보는 것을 워낙 즐기다 보니 그동안 본 작품이 셀 수 없을 정도다. 그리고 맘에 둔 영화도 또한 셀 수 없을 정도다.

영화를 볼 때마다 나는 영화감독의 천재성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흔히 그림 하나가 천 마디의 말을 대신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내 생각에는 영화 한 편이 인생을 대신할 수 있는 경우가 흔하다. 과거에는 글로 인간의 삶을 묘사하는 것이 인기를 끌었다. 그래서 베스트셀러가 넘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영상이 발달한 오늘날 글은 영상보다 힘이 약하다.

인간이 워낙 시각을 통해 얻는 정보가 80% 이상이나 되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겠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글이라고 하는 것인 인류가 개발한 의사소통 도구 가운데 가장 최근의 것이기에 글보다는 영상이 더 임팩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의사소통 도구로 가장 먼저 만들어 낸 것이 무엇일까? 당연히 손짓과 발짓 그리고 표정, 곧 body language다. 그다음으로 언어과 그림이 나왔고 마지막으로 글이 나왔다. 그런데 영화는 바로 그런 몸짓과 표정 언어 그림을 모두 섞어 의사소통을 하는 탁월한 도구이다. 영화에는 글이 필요 없다.

사실 글은 가장 서툰 의사소통 도구이다. 한 사람의 뜻을 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문법을 배워야 한다. 그러나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언어도 ‘완벽한’ 문법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리고 글을 배우는 데에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 특히 인간의 언어 능력인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가운데 글쓰기가 가장 오랜 훈련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글쓰기는 무척 어렵다. 그렇게 어려운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언어 자체가 불완전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대화를 할 경우에는 바로 교정이 가능하여 오해를 최소화할 수 있지만 글은 일단 책으로 나와 버리면 수정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저자가 일일이 독자에게 설명을 할 통로도 차단되어 있다.

물론 인터넷 시대가 보장한다는 interactivity가 글의 그런 약점을 보완해주고 있지만 아직도 언감생심이다. 그래서 여전히 영화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특히 요즘 영화는 단순히 시각적 쾌락만이 아니라 삶의 진리에 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하는 작품이 많다. 그래서 사람들이 영화를 많이 보지만 책을 덜 보는 모양이다.

그러면 어떤가? 진리에 이르는 길이 꼭 책만이어야 하는 법이 어디 있는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앞으로 계속 쓰고 싶은 마음이다. 이야기로 다룰 영화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제1권으로 11개의 영화를 추려 보았다. 이 책에서 다룬 영화의 논리적 순서는 없다. 그저 아무거나 먼저 읽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앞으로 계획은 110개의 영화를 추려서 감상문을 적어볼 요량이다. 그렇다면 10권이 되겠다. 이제 첫걸음 내디뎌 본다. 영화 한 편이 철학책 1,000권을 대신한다고 확신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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