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와 사회적 시장경제

사회윤리란 무엇인가 시리즈

by Francis Lee


국가의 존재 의미에 대하여 여러 학설이 있다. 그 가운데 복지 국가의 경우 모든 국민이 의식주에서 최소한의 인간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보장하여야 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이를 위하여 사회보장제도가 수립되었다. 특히 사회적으로 무능력하고 취약한 계층, 곧 노인, 어린이, 실업자, 장애인 등의 복지, 곧 생계, 건강, 교육, 주거, 직업훈련을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 사항이 되었다. 그런데 능력 위주의 사회에서 이런 복지 혜택의 대상자를 누구로 하느냐에 항상 논란이 발생하게 된다. 사회보장제도에는 비용이 들어가고 이는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는데 정작 많은 세금을 내는 이들은 이런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은 복지제도의 근본이념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일하지 않으면 먹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무능력해도 인간이면 먹고살아야 한다. 그것이 복지의 근본이념이고 그 이념은 기독교사회론의 재화의 보편적 목적과 공동선에 관한 이론으로 지지된다.


사회보장제도는 1889년 독일이 세계 최초로 도입하였다. 이어서 1913년 영국에서도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하고 1946년 국가 보장법을 발효하여 복지국가를 선언하였다. 미국을 포함한 다른 많은 국가들은 특히 1930년대 대공황의 시기를 거치면서 복지국가 제도를 도입하게 되었다. 이는 1948년 공포된 국제연합의 세계 인권선언 제22항과 25항에 명문화되면서 모든 민주국가라면 헌법에 반영해야 하는 기본 원리가 되었다. 정치적으로 복지국가는 공산주의 국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유방임적인 자본주의 국가도 아닌 중도를 택하는 국가들의 정책으로 호응이 높았다.


그러나 사실 특히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에 대한 자선은 그 역사가 오래되었다. 로마 제국의 황제 아우구스투스(Augustus, 63BC-14AD)는 빈곤층에게 매달 식량을 배급하였다. 아우구스티누스 재위 시절에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났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100년 후에 로마제국의 영토를 최대한 확장한 5 현제 가운데 한 사람인 트라야 누스(Traianus, 53-117)는 제국 차원에서 빈민 구제제도를 확대하였다. 아시아 지역에서도 중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빈민 구제 제도를 실시하였다. 그리고 이슬람교, 유대교, 기독교, 불교를 포함한 대부분의 종교는 자선 행위를 종교적 의무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20세기를 전후로 하여 많은 나라에서 국가 차원의 제도적 복지제도가 마련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4년 국제노동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27%만이 복지제도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복지제도조차 197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의 도전에 당면하여 근본이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정치경제제도라는 것은 결국 뒤르켐((David Émile Durkheim, 1858-1917)이 말한 그 사회의 집단의식(collective representation)의 반영인 것이기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제도의 약화의 책임을 정치가들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 기득권층이 사회 안의 다른 계층의 사람들을 인간이 아니라 부담으로 느끼고 그들에게 적대적인 제도를 지지하면서 복지제도는 무너지기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 통계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세계적으로 빈부격차를 더욱 심화되고 있다. 실질 임금도 1975년 이후 하락만 해왔다. 어느 나라든지 빈민과 취약 계층은 반드시 존재한다. 장애인이나 빈민의 가정에 태어나거나 후천적으로 장애인이 되거나 빈민이 되어 사회적 취약 계층으로 떨어지는 비율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2019년 OECD가 발표한 보고서 ‘Under Pressure: The Squeezed Middle Class’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중산층이 몰락하고 있다. 이는 곧 취약 계층이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1980년대 중반에 64%였던 OECD 회원국의 중산층 비율이 2010년대 중반에 이르러 61%로 감소하였다.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 빈곤층으로 내려갔다. 특히 미국은 중산층이 4.3%p 줄어든 51.2%로 OECD 국가 가운데에서도 하위 3위로 매우 낮았다. 이는 무엇보다도 신자유주의의 폐해이다. 그리고 사회적 시장경제를 실시하고 복지국가의 모범이 되어온 독일마저도 이 기간에 5%p나 줄어들었다. 물론 이는 독일 통일에 따른 구동독 주민들의 소득 증대를 위한 구서독 지역 주민들의 희생이 반영된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모든 국가에 동일하게 나타난 현상은 상위 10%의 소득은 하위 10%나 평균 계층의 소득 증가에 비하여 현저하게 높았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빈곤층의 증가만이 문제가 아니라 빈부격차의 심화가 더 큰 문제가 된 것이다.



빈부격차의 문제는 단순히 경제만이 아니라 정치적 불안을 야기하는 것이기에 많은 사회에서는 이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라는 명칭의 자유방임주의 자본주의가 판치는 세상에서 빈부격차는 이제 필연적인 궤도에 들어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성적 제도로 통제되지 않은 인간의 욕망은 궁극적으로 파멸에 이를 뿐이다. 2008년의 월가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이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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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자본주의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신자유주의와 독일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시장경제로 양분되어 있다. 신자유주의는 19세기 서양을 지배했던 경제 자유주의, 곧 시장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자본주의의 부활을 의미한다. 신자유주의의 특징은 민영화, 규제 완화, 세계화, 자유무역, 재정 지출 축소 등이다. 한마디로 무한 경쟁의 야만적인 시장에서 기득권을 쥐고 있는 자본가들의 이윤을 극대화하면서 사회적 비용의 축소로 빈민들의 삶을 더욱 빈곤으로 몰고 가는 제도이다. 미국 사회가 이미 이 신자유주의의 병폐를 여러 수치로 보여주고 있다. 경제에는 크게 사적 분야와 공적 분야가 있는데 신자유주의에서는 사적 분야의 역할을 극대화하는 조치를 취한다. 그리고 이는 사실상 2차 세계대전 이후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경제 부흥책을 버리는 의미도 된다.


또한 이는 지난번에 말한 대로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과 영국의 대처 수상이 쌍두마차가 되어 세계 경제의 지평을 바꾸어 온 것이기도 하다. 한국도 이명박 정권 시절에 인천공항은 물론 전기와 가스 물과 같은 공공재의 민영화를 추진하여 이런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려다가 실패한 적이 있다. 그러나 오로지 자본가의 이익의 극대화를 노린 이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의 자유방임적 자본주의는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 그 본 얼굴과 치명적 약점을 드러냈고 세계는 여전히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 신자유주의의 대척점에 서 있는 것이 바로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Sozile Marktwirtschft)이다. 이 개념은 뮐러-아르마크(Alfred August Arnold Müller-Armack, 1901-1978)가 수립한 것으로 시장의 자유는 존중하되 사회적인 균형을 동시에 추구하는 경제 정책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사상은 오이켄(Walter Eucken, 1891-1950), 뵘(Franz Böhm, 1895-1977), 뤼스토프(Alexander Rüstow, 1885-1963), 룁케(Wilhelm Röpke, 1899-1966)와 같은 학자들에 의해 본격적인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이들이 구상한 것을 흔히 질서자유주의(Ordoliberalismus)라고 부른다. 이는 한 마디로 국가가 규정한 질서의 틀 안에서 시장의 경쟁과 시민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의 규정은 국민의 뜻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리하여 일부 사악한 자본가에게 시장이 독점되는 폐해를 막을 수 있게 된다. 당초 사회적 시장경제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독일어권 국가에 적용되었다. 그러다가 2007년 리스본 조약을 통하여 유럽연합 차원에서도 경쟁력 있는 사회적 시장경제를 추구할 것임이 확인되었다.


사회적 시장경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수립된 독일연방공화국(Bundesrepublik Deutschland)의 경제 원리로 채택되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이 제도는 이른바 독일의 라인강의 기적과 특히 2008년 월가의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독일 경제가 성공적으로 극복한 것으로 그 타당성이 증명되기도 하였다. 이에 대하여 다음 장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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