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Francis Lee
Jul 10. 2024
Seoul: City of Sex and Money?
강남의 욕망은 식지 않는다.
오후 조에 근무하다 보니 자주 새벽 2시 넘을 때까지 손님을 받게 된다. 이들은 저녁에 타는 손님들과는 ‘질’이 다르다. 저녁 무렵에는 대부분이 가족이다. 도곡동 도곡렉슬에 사는 부모와 만났다가 상암동 집으로 돌아가는 딸과 손녀, 롯데월드에서 놀고 역시 집으로 가는 모녀, 대치동 학원에서 공부를 끝낸 아들을 만나 또 다른 학원으로 가는 엄마... 거의 대부분이 가족이다.
그런데 밤 11시 이후 할증 시간에 타는 사람들은 대부분 커플이거나 싱글이다. 그리고 이 시간대 이후에 택시를 이용하는 커플은 거의 대부분 호텔이나 술집에서 나온다. 그런데 매우 이상한 것은 그 커플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각자 집으로 향하는 경우에도 두 가지 패턴이 있고 각 패턴에는 다시 세 부류가 있다. 첫 패턴에서 첫 부류에는 남자와 여자가 같이 타는 커플이 있다. 그리고 여자 집까지 가서 여자를 내려주고 다시 자기 집으로 간다. 이 경우 택시 요금이 높기에 반가운 손님이다. 그리고 뭔가 애틋하다. 사랑에 불타오른다는 기운이 뒷좌석에서 운전석까지 밀려온다. 다음으로 여자 혼자 타고 집에 가는데 남자가 배웅하는 경우다. 이 경우 두 사람의 이별은 애틋하다. 헤어지기 아쉽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그다음으로는 여자를 남기고 남자가 내 택시를 타는 경우다. 이 경우 대부분 남자는 무심한 표정이다. 밖에 서 있는 여자는 뭔가 아쉬운 표정인데 말이다. 두 번째 패턴에서는 커플이 분명한데 일단 나이들이 많다. 물론 커플의 나이가 비슷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여자가 더 젊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 남자가 택시를 타고 집에 간다. 그리고 택시에 타자마자 전화를 건다. “그래 여보, 이제 택시 탔어. 곧 들어갈 거야.” ‘여보?’ 그럼 방금 헤어진 여자는 누구란 말인가? 그것도 자정쯤에 호텔 앞에서 헤어진 그 젊은 여자 말이다. 그다음으로는 나이가 비슷한 중년 커플도 있다. 그런데 이들도 남자나 여자 한 사람만 내 택시를 탄다. 그러거나 둘이 같이 타고는 여자나 남자가 중간에 내린다. 그리고서 남자는 예외 없이 ‘집’에 전화를 건다. 그러면 또한 예외 없이 ‘아내’가 전화를 받는다. 여자는 집에 전화 거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부분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수다를 떤다. 1시쯤에 호텔에서 콜이 와서 태운 손님 가운데 매우 젊은 여자도 있었다. 강남의 ‘호텔 마리’에서 타서 한남동 언덕 위 막다른 골목에 있는 ‘파빌리온’ 빌라로 가는 손님이다. 흘낏 보니 노출이 매우 심하다. 타자마자 어떤 ‘오빠’와 긴 전화를 건다. 그런데 내용을 들어보니 돈과 결혼 이야기다. 오빠가 이 여자에게 깊은 관심이 있는 눈치다. 그런데 한참 이야기를 한 다음 전화를 끊었는데 바로 또 다른 ‘오빠’와 전화 통화를 한다. “오빠 정말 오랜만이다앙...” 콧소리가 잔뜩 실리는 것을 보아 매우 반가운 오빠인가 보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이 사람은 내 택시의 단골로 등록된 손님이고 지난번에 파빌리온 빌라에서 호텔 마리로 데려다준 여자다. 인연인가? 잠시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 얼굴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한국 사회가 다 아는 그 '성형 여사'와 매우 닮았다. 같은 병원 출신인가? 그 여자가 지금과 마찬가지로 매우 노출이 심한 치마를 입고 있었다. 그래서 옷차림이 부끄러운지 호텔 정문이 아니라 주차장 안으로 깊이 들어가 달란다. 그리고 내리자마자 옆문으로 쏜살같이 들어갔다. 뭐 숨길 것이 있나? 늘 바빠 보인다. 물론 이 패턴에 꼭 맞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거의 예외적인 경우이다. 대부분은 위에서 말한 범주에 속한다.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 Sex 범주에 해당된다. 예외는 극히 드물다.
그런데 내 ‘밤손님’ 가운데 바쁜 사람은 또 있다. 11시 이후 타는데 대부분 술자리에서 나온다. 그리고 대화의 주 내용은 돈이다. 한 번은 김앤장에서 일한다는 커플이 탔다. 대화하는 것을 보니 ‘호텔 커플’은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들이 말하는 내용은 사랑이 아니라 M&A다. 고객이 회사를 인수하는 데 법률적인 문제가 발생한 모양이다. 그런데 결국 핵심은 돈이다. 300억 원 정도의 돈이 걸린 문제다. 그런데 일단 소송을 시작하도록 클라이언트를 설득하는 작업을 하는 중인데 요구 사항이 많아 짜증이 날 정도인 모양이다. 그래서 타는 속을 달래려 술 한잔을 걸친 것인가? 그다음에 탄 두 남자 손님은 타자마자 사업가라는 느낌을 주는 대화를 계속한다. 그런데 누군가 믿었던 사람이 돈을 떼어먹은 모양이다. 몇억 원이 날아갔단다. 믿었던 사람이 배신해서 금전적 정신적 타격이 심한 모양이다. 그래서인가? 푸념하는 사람이 잔뜩 취했다. 그 푸념을 들어주는 사람이 계속 그를 위로해 주지만 분이 풀리지 않는 모양이다. 변호사든 사업가든 결국 핵심은 Money다.
이렇게 택시 뒷자리에서 진행되는 인생극장은 계속된다. 그런데 그 장면의 대부분이 결국 Sex & Money로 수렴된다. 그리고 다시 Sex와 Money는 결국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으로 수렴된다. 물론 내가 일하는 주요 지역이 서울 강남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밤 11시 이후 내 택시 뒷자리에서 이루어지는 ‘손님’ 주연의 연속극은 그렇다. 그리고 저녁에 진행되는 연속극의 내용도 따지고 보면 돈에 수렴된다. 대치동 학원에서 게슴츠레한 눈과 화난 표정으로 내리는 학생들이 그 고생을 하는 이유도 결국 돈, 많은 돈을 벌기 위한 것 아닌가?
물론 강남에서 밤 11시 이후 택시를 타는 사람들이 한국 사회를 대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강남은 명실상부한 한국의 중심이다. 한국에서 돈과 권력, 부와 명성이 한곳에 집중되어 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 그리고 그곳에서 돈을 버는 사람들은 그 중심에 있는 한국의 모범이 되는 자들이다. 그런데 내가 택시를 운전하며 만난 이들 가운데 아직 ‘모범’은 만나보지 못했다. 오로지 돈과 섹스 그리고 그에 대한 욕망을 배설하는 사람들만 태우고 다녔다.
그들이 원하는 Sex와 Money는 인간의 본능에 속하는 것이기에 그것을 탐하는 것을 무조건 비난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 인간은 그 두 가지를 위해 살아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그런데 내가 목격한 그 Sex와 Money의 욕망이 넘치는 서울, 그것도 강남은 지옥이었다. 그런데 나 자신의 Sex와 Money를 위해 지옥인 것을 알면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 현실이 나를 슬프게 한다. 그런 생각을 하는데 또 콜이 들어온다. 목적지 조선 팰리스 호텔. 시간을 보니 새벽 12시 48분. 누구일까? 생각할 겨를이 없다.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