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우듯 봄을 나야지, 올해도 씩씩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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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을 걷다 스마트폰을 꺼내 꽃을 찍는다.
올해도 매화를 찍었으니 무사히 봄을 찍은 것이다.
안양천 초입에 흐드러지게 핀 나무 한 그루를 무심히 오래 바라보았다.
이 봄이 나무에 모조리 매달린 것 같았다.
흑석동 아래를 지나다가는 발 아래 보랏빛을 본다.
물감을 흘린 듯 선명한 청보라. 봄까치꽃.
시침 뚝 떼고 개불알꽃이랬더니 이름이 왜 그 따위냐며 같이 걷던 아내가 따져 묻는다.
열매가 말이야, 수캐 음낭처럼 생겼거든.
어이구 참, 망측도 해라.
그래도 고쳐진 이름이 얄미워 끝내 안 알려줬지.
난데없는 웬 봄까치래. 근본 없는 작명 같으니.
반포 강변에선 냉이꽃을 봤다.
꽃말은 낯간지럽게도 나의 모든 것을 당신께 바칩니다,라고 한다.
그러게 새순도 못 기다리고 보는 족족 홀라당 캐서는 끓여 먹고 무쳐 먹으니
자포자기식 애처로운 꽃말이 당연하구나 싶다.
아무리 몸을 바친대도 난 안 꺾었지. 그 순정, 냉이꽃.
풀밭 가득 맘껏 피려무나.
오밀조밀 하트 씨앗주머니 잔뜩 매달고서 또 봄을 나야지.
올해도 씩씩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