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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페세 Jun 17. 2020

 추운 날의 햇볕 쬐기

힘들면 담벼락에 가서  해에게 등을 내밀어라. 그러면 다 괜찮아진다.

볕을 쬔다.

이 아침, 창가에서.


오늘 같은 초여름도 좋지만

볕이 너무 좋아 고결하게 여겨질 때는 며칠쯤 눈 내린 뒤 환하게 갠 겨울날이다.

처마 아래 고드름이 뚝뚝 떨어지고, 그런 날 나뭇단 쌓인 아랫채 구석은 세상에서 가장 안온한 장소였다.


볕 쬐기는 가능한 오전이 좋다. 

정오가 되기 전. 커튼을 열어젖힌 남측 통유리 창가.

아니면 골목 안, 바람 멎은 아늑한 담벼락 아래가 좋다.

몸이 으슬으슬 오그라들 때, 마음이 추울 때. 그리로 가 쪼그리고 앉아 해에게 등을 내민다.


햇볕은 치료하는 광선이다.

볕에는 비타민 D 생성 기능 외에도 몸에 치료와 활력을 주는 에너지가 들어 있다.

혈관을 확장시켜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체온을 높여 신체의 항균, 살균력을 증가시킨다.

고름이 나오는 피부 상처도 햇빛을 쬐면 좀 더 쉽게 아문다.

신진대사를 촉진시키고 통증을 진정시켜준다.

피부를 윤택하게 하고 탄력 있게 만든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며 황달을 낫게 해 준다.

체중 조절에 도움을 주고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

햇볕 비치는 날이 적은 북유럽 사람들이 틈만 나면 공공장소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사실, 유식한 과학적 이론이나 별다른 증명이 필요하지 않다. 

해봐서 안다. 확실히 효험이 있다.


햇볕의 치료효과에 대해서는 구약성경 말라기에도 나온다. 

"내 이름을 경외하는 너희에게는 의로운 해가 떠올라서 치료하는 광선을 발하리니 

너희가 나가서 외양간에서 나온 송아지 같이 뛰리라" (말라기 4:2)

정녕 그러하다.


가만 햇볕을 쬐며 등이 따스해지는 동안 

담벼락에 비친 크고 선명한 내 그림자를 본다.

심신을 위무하는 아지랑이가 머리 위로 오글오글 피어오른다. 

그러면 괜찮아진다, 모든 게.

선뜻 공개하는 나만의 치유법. 돈 한 푼 들지 않는 청정 재활요법이다.


가장 효험이 좋은 철은 늦겨울과 이른 봄. 이도 저도 아닌 회색의 때.

암울한 구름이 하늘 가득하다 문득 찬란히 걷히는 계절.


바로 오늘 같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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