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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페세 Dec 12. 2022

반전 매력

생각한 그대로 모습은 재미 없다. 의외의 모습에 우리는 반하게 마련이다

오래전, 누군가 나를 보고 “글 잘 쓰게 생기셨네요”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기분이 상했다. 초면에 이 무슨 실례되는 언사란 말인가? 

악수하려고 내미는 손모가지를 확 꺾을 뻔했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기분 나쁘라고 한 말은 아니었을 텐데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글 잘 쓰는 사람의 전형적 외모’에 대해 나 자신이 형편없는 평가를 하고 있었나 보다.


뭘 잘하게 생긴 사람의 전형적 모습이 따로 있을까? 

그럴 수 있다. 몸이 날렵하고 근육질인 사람은 운동을 잘할 가능성이 높다. 

침착하고 단정하고 안경 낀 사람은 학구적으로 보여 공부를 잘하는 사람일 수 있다. 

안전모를 쓰고 멜빵 청바지를 입은 사람은 배관공, 헐렁한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낮 시간에 편의점에 오면 취준생,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서류 가방을 들고 지하철을 타면 회사원… 이런 식이다.

이를 ‘스테레오타입’이라 하는데, 창작물에서 특정 캐릭터를 묘사할 때는 편리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도 그럴까? 눈에 보이는 대로, 외모에 나타나는 성향이 그 사람을 제대로 설명해줄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고 완전히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누구에게나 숨어 있는 본모습이 있다.


막상 알게 된 모습이 예상한 그대로라면 일단 안심한다. 익숙하고 편안하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예상과 기대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세상은 평화가 유지된다. 

그런데 세상이 명랑하고 재미있는 이유는 예상과 다른 의외의 실체가 많기 때문이다. 

이럴 줄 알았는데 저렇고, 안 그럴 줄 알았는데 그런 사람. 

이들에게 우리는 흥미와 매력을 느낀다. 물론 긍정적 반전일 때 그렇다는 얘기다.


이를테면 체구가 커다랗고 손이 두툼한 털보 남자가 피아노를 감미롭게 연주할 때, 평소 패션의 첨단을 보여주던 사람이 회식 자리에서 트로트를 열창할 때, 말수 적고 얌전하던 사람이 익스트림 스포츠 마니아인 걸 알았을 때,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깐깐하고 비인간적이던 직장 사수가 문병을 와줬을 때.


언젠가 주차장에서 옆 부서 디자이너가 구형 갤로퍼 SUV에서 내리는 것을 보았다. 

작고 가냘픈 체구에 늘 하늘거리는 투피스 차림의 ‘여성적’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에 놀랐다. 

하이힐을 벗고 뒷자리에서 꺼내 신던 하얀 운동화에 우리 모두 반했다. 

나중에 탕비실에서 “남들은 나를 와인만 마실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의외로 나는 막걸리를 좋아하지”라고 뻐기는 말을 우연히 훔쳐 듣고 약간 실망하긴 했지만. 

이렇듯 반전 모습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자동차에도 스테레오타입이 있다. 

누가 봐도 고성능일 것 같은 차는 그냥 고성능 차다. 생긴 그대로다. 

작고 예쁜 차에는 발랄한 컬러를 입힌다. 커다란 고급 세단에는 노랑, 파랑, 분홍 같은 원색이 없다. 도심 통근자에게는 콤팩트 카, 사회에 막 진출한 청년에겐 준중형 세단이 어울린다. 중년 여성에게는 아무래도 시야가 넓고 운전하기 편한 SUV가 좋겠지. 이런 인식을 우리는 은연중에 갖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선입견을 뒤집는 차가 있다. 겉모습은 평범한데 강력한 성능을 숨기고 있는 차. 

이런 차에게 평론가들은 ‘양의 탈을 쓴 늑대’라는 별명을 붙인다. 누가 봐도 그런 줄 알았는데 그런 게 아닌 차, 가격마저 엄청난 반전이지만 그마저 잊게 하는 차, 조용히 열광하게 만드는 존재. 이런 차를 사랑한다.


자기 입으로 자기를 칭찬하는 것만큼 없어 보이는 것도 없다. 

마찬가지로 우연히 ‘멋짐’을 들킬 때, 의도하지 않은 듯 매력을 살짝 드러낼 때 뿜어내는 광휘는 엄청나다. 

수줍지만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글이라곤 하나도 못 쓰게 생겼는데, 의외로 잘 쓰는 그런 사람.





양의 탈을 쓴 원조 늑대, BMW 뉴 M3


'양의 탈을 쓴 늑대'라는 묘사는 평범하지만 실제로 이런 경험을 제공하는 차를 만들 수 있는 브랜드는 그리 많지 않다. BMW M3는 일상에서의 실용성부터 트랙 주행까지 모두 만족시키는 고성능 스포츠카 모델이다. 경주차와 동일한 환경에서 개발한 M3의 주행 성능은 장거리를 수월하게 이동하는 데서 오는 즐거움, 일상생활도 능숙하게 소화하는 역동성, 그리고 트랙 위에서 질주하는 스포츠 머신의 스릴을 동시에 제공한다.

강력한 성능의 뉴 M3 컴페티션 모델에는 최고 출력 5백10마력과 최대 66.3kg.m의 토크를 내는 M 트윈파워 터보 직렬 6기통 가솔린엔진을 장착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9초, 시속 200km까지 12.5초 만에 도달한다.

이 차의 장점은 강력한 성능만큼이나 뛰어난 일상성에 있다. 새로운 M3는 이전과 달리 커다란 수직형 키드니 그릴 덕분에 존재감이 상당하긴 하지만 요란하지 않다. 가끔 즐기는 세컨드카가 아닌 데일리카로 충분한 일상의 스포츠카다. BMW 뉴 M3의 공식 영상에는 ‘경고! 이 차량은 중독의 위험이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직접 타보지 않으면 이 말 뜻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그만큼 반전 매력이 강력한 차가 BMW M3다.


*사진제공: B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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