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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사람 박코리 Dec 14. 2017

여름에서 출발, 겨울에 도착했다.

캐나다 이민 일주일 차,

혹독한 겨울을 만났다.

토론토에서의 일 년 같던, 일주일이 지났다. 사회보장번호(Social Insurance Number) 발급, 휴대폰 개통, 아파트 계약 등 수많은 일들을 해치우고 나니 딱 일주일이 되었다. 남편은 12월의 두 번째 월요일, 영하 6도의 날씨에 첫 출근을 했다. LA에선 답답하다며 타이를 풀어 손에 돌돌 말아 다니더니 여기선 내복에 목도리까지 단단히 챙겨 입는다. 수년만에 다시 만난 진짜배기 겨울은 미리 각오한 것보다 혹독하다. 한국으로 치면 선선한 가을날 같은 LA의 겨울에 익숙해졌나 보다. 이 곳 사람들은 아직 추운 게 아니라는데 둘이서 내복에, 스웨터에 두꺼운 패딩 점퍼까지 걸치고선 펭귄처럼 뒤뚱뒤뚱 다닌다.



오랜만이다, 겨울의 맛!

계약한 아파트에 들어가려면 1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엊그저께 3주 동안 머물게 될 에어비앤비 아파트로 옮겼다. 호텔은 처음엔 편했지만, 며칠 지나고 나니 견딜 수 없게 답답했다. 남의 집이긴 하지만, 그래도 집에서 이불을 돌돌 말고 귤을 까먹고 있으니 토론토가 한결 더 편해졌다. 맨날 사 먹다가 직접 장을 봐서 카레며, 어묵탕을 해 먹고 나니 속도 가라앉았다. 지금은 팔팔 끓인 보리차를 호호 불며 마시고 있다. 겨울은 늘 힘들지만, 겨울에만 누릴 수 있는 겨울의 맛을 보는 중이다.



캐나다 이민 일주일 차,

캐나다로 이민 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모험에는 끝없는 짐싸기와 서류 작업들이 수반된다는 걸 고새 까맣게 잊고 있었다. 새로운 곳에 왔다는 설렘이 느껴지기보단 그냥 계속 피곤하다. 여기저기 걸어 다니다 보면 정이 좀 붙을까 싶지만, 일단 밖에 나가는 순간 얼굴에 바람이 몰아쳐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 한 가지 다행인 건 길에서 헤매건, 관공서에 가건 사람들이 하나같이 친절해서 몸은 힘들어도 사람 때문에 마음이 상했던 적은 딱히 없었다. LA에 이어 다양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살아가는 도시에 살게 되어 다행이다.




* 캐나다가 처음인 초짜의 토론토 여행/초기 정착 Tips!

처음에 힘들 때, 날씨도 한 몫했다. 일주일 내내 매일 안개가 자욱했다. 배 이름이 Challenge여서 신기하면서도 심난했던 아침-

어차피 북아메리카고, 언어도 같아서 별 걱정 없이 왔는데 국경을 건넌 만큼 당황스러울 때가 종종 있었다. 미국과 닮은 듯 많이 달라서 재밌기도 하지만, 그만큼 어리버리하니 모르는 것도 많다. 우리처럼 캐나다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


현지 환전_초기 정착 자금으로 쓸 돈을 Transferwise를 통해서 송금했는데 뜬금없이 사진 인증 절차에서 몇 번이나 제동이 걸렸다. 그 덕분에 며칠을 애를 태웠다. 우연히 차이나타운에 있는 Dumpling House에 갔다가 환전소를 발견, 가지고 있던 미국 달러를 탈탈 털어 환전을 한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혹시나 토론토 현지에서 여행을 하거나, 현금이 급하게 필요하다면 차이나타운 곳곳에 있는 환전소를 강력 추천한다. 환율도 은행보다 높게 쳐줘서 놀랐고, 무엇보다 30초도 안 걸릴 만큼 간편하다.

대중교통_처음부터 Monthly Pass를 살 걸 그랬다. 운전을 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거라면 처음부터 월/주 정액권을 구입하는 걸 추천한다. 지금은 Presto라고 해서 충전식 교통카드를 사용하고 있다.

주말에는 주말 그룹 무제한 이용권(Day Pass)을, 평일에는 토큰을 사서 다니다 뒤늦게 월 정액권을 샀다.

사회 보장 번호 발급_지난 주말에 이 곳에 온 우리는 월요일이 되자마자 시청에 가서 사회 보장번호를 발급받았다. 오래 걸릴 줄 알고 각오하고 갔는데 금방 끝났다. 신 시청사 1층에 가면 입구 바로 안 쪽에 사회보장번호를 발급받는 곳이 있다. 대기표를 뽑고 기다리면 차례가 온다. 기다리는 사이에 미리 받은 문서에 개인 정보를 입력하면 된다. 주소를 써야 하는 란이 있는데 우리는 남편의 직장 주소를 썼다.

은행 계좌 개설_처음에는 HSBC로 갔다.  Premier 멤버가 아니면 집 주소가 있어야만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고 해서 헛걸음을 했다. 은행 계좌를 열어야 아파트를 계약할 수 있는데 주소가 없어서 계좌를 못 연다고 하니 황당했다. TD Canadian Trust에서 호텔 주소를 써서 계좌를 열었다. (지금은 계약한 아파트 주소로 주소지를 변경했다.)

토론토 아파트 렌트_대개는 다음의 캐나다 이민자 카페 ‘캐스모’나 ‘Kijiji’를 이용해서 아파트 렌트를 찾는다. ‘캐스모’에는 방 한 칸, 지하 방 등 집을 여럿이서 나눠서 쓰는 서블렛이 많이 올라와 있어서 우리에게는 맞지 않았다. 단기 어학연수나 워홀, 유학을 온 학생이라면 '캐스모'를 통해서 방을 찾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는 주로 ‘Kijiji’, ‘PadMapper’, ‘Craigslist’에서 검색, 마음에 쏙 드는 곳을 찾았다. 삼일 만에 마음에 드는 아파트를 찾다니! 과정은 고달팠지만 결과적으로는 그저 신통방통하다. 캐나다 내에서의 크레딧 정보가 없는 대신 남편 직장에서 나온 오퍼 레터로 신용 체크를 했다. 계약금으로는 첫 달 렌트와 마지막 렌트를 한 번에 냈다. (이민을 막 와서 현지 크레딧 체크가 불가한 데다가 직장도 구하기 전인 경우에는 6개월치 렌트를 한 번에 선납하는 걸 요구하기도 한다.)  참고로 렌트(월세)에 대한 정부 규제가 있어서, 세입자가 한 번 입주하면 그 세입자가 사는 동안에는 함부로 렌트를 올릴 수 없다. 마음에 드는 곳을 찾은만큼 토론토에서 사는 동안에는 이번에 계약한 곳에서 계속 살 생각이다.

휴대폰 개통_Rogers, Bell, Fido 등 다양한 통신사가 있다. 우리는 Bell과 Fido를 비교한 후 Bell을 선택했다. 사회보장번호(혹은 운전면허증)가 있어야 휴대폰을 개통할 수 있다. 신분증(여권) 역시 지참해야 한다. 캐나다 내 크레딧 정보가 없어서 한 사람 당 300불가량의 보증금을 냈다. 6개월 동안 밀리지 않고 요금을 내면 다시 돌려준다.


맞다. 바로 위 안개 낀 그 사진과 같은 장소가 맞다.

잠깐 안개만 걷혔는데도 같은 장소가 이렇게나 다르다. 겨울을 견디고 봄, 여름, 가을을 보내고 나면 토론토를 더 좋아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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