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 Feb 25. 2024

4번의 불어 인터뷰, 해보겠습니다

다시, 파리에서 구직



2023.06

1785년생 아름드리나무처럼 살자


이번주 목요일 오후에 4차 최종 면접을 보러 파리 2구에 위치한 회사에 간다. 최근 이 회사와 프로세스를 진행하면서 소소한 성취감과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기에 감사하고 행복하다. 느낀 점들을 기록으로 남겨본다.



Data Scientist 포지션이고 하는 일은 데이터 엔지니어링 및 알고리즘 개발이다. 풀타임 원격 근무도 가능하다. 링크드인 상에서는 JD가 불어로 작성되어 있어 지원을 하지 않았었는데, talent.io라는 테크 직무 전용 플랫폼 상에 올려놓은 내 프로필을 보고 팀 헤드가 먼저 연락을 줘서 인터뷰가 진행이 될 수 있었다. 요약을 하자면, 공간 데이터를 접목한 자체 Ad-tech 솔루션을 개발하는 프랑스 로컬 테크 회사이고, 현재 분산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뽑고 있다. 이 모든 게 내 경력이랑 신기하게도 잘 맞아떨어졌다.







1차 면접은 데이터 팀 헤드 A와 50분가량 회사, 업무 및 내 이력에 관한 상호 설명을 나눴다. A의 백그라운드가 엔지니어링 및 수학이어서 대화가 물 흐르듯이 편안하게 진행이 잘 되었다. 그리고 익숙한 도메인이어서 구체적인 업무 관련 질문도 많이 할 수 있었다.




2차 라운드로 아파치 웹서버 raw 로그 데이터 및 풀어야 할 문제들을 받았고, 열심히 검색해 가며 문제를 풀었다. 인턴 회사에서 빅쿼리에 적재된 각양각색 스트리밍 데이터를 다뤄본 적이 있어서, 어떻게 가공해야 할지 조금은 익숙했던 게 도움이 되었다.




3차 면접은 1시간 동안 팀 헤드와 CTO에게 위의 테크니컬 테스트를 디브리핑하고, 이틀 전에 보내준 8페이지 분량의 알고리즘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설명하고 즉흥적으로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Pyspark는 자주 써보지 않아서 조금 어설펐는데, 과제 잘했다고 칭찬해 줘서 솔직히 기분이 참 좋았다. 수리통계 이론 부분은 비교적 자신이 있었어서, 논문 리뷰는 즐겁게 했다. 학부 석사 통틀어서 손으로 열심히 선형대수, 공학수학, 최적화, 수리통계... 공부했던 것들이 오래간만에 쓸모가 있었다. CTO는 면접 말미에 나라는 사람 자체를 궁금해해서, 그냥 솔직하고 담담하게 자기소개를 했다. 근데 억지로 포장하는 것보다 허심탄회하게 나를 드러낸 것이 결과적으로는 더 좋았던 것 같다.




4차 면접은 팀원들이랑 스몰 토크 하면서 Cultural Fit을 보는 건데, 복병은 - 이전 회사들과는 달리 완전 프랑스 로컬 회사여서... 외국인이 없는 것 같다. 그래도 남은 이틀 동안 열심히 라장스 넷플릭스 정주행 하면서 섀도잉 하고, 하고 싶은 말들 대강 스크립트로 만들어서 중얼중얼 외워가야겠다. 만약 불어 미달로 최종에서 떨어진다면 매우 아쉽긴 하겠지만, 그래도 어느 부분은 자신이 있고 어느 부분을 보강해야 할지 제대로 알 수 있게 되는 거니까 유익한 거다.





일주일 후, 최종 면접은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에서 1시간 동안 이루어졌다. 파리 한복판의 프랑스 로컬 오피스에서 4명의 프랑스인들과 불어로 업무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에서 미시감과 동시에 기시감을 느꼈다. 최선을 다해 (1) 위화감은 최소화하고, (2) 내가 구성원으로서 함께 일하는 미래를 투영해 볼 수 있도록 대화의 물꼬를 중간중간 틀었다. 어설프지만 영어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불어로만 이야기했고, 상대방이 하는 일과 언어를 이해하고 있음 을 확신시키기 위해, 상대방이 언급한 구체적인 용어에 꼬리를 물며 질문을 하고 즉각 즉각 핵심 개념을 언급했다. 단기간에 불어를 준비해 봤자 유창해질 수 없으니까, 짱돌을 조금 굴려서 이 회사의 불어로 작성된 최신 기사 원본 및 영어 번역본을 인쇄해 가서 그 종이 위에 대놓고 모든 말들을 필기했다.




과거에 배웠던 경험들이 시차를 두고 도움이 되었다. 4월에 참가했던 AWS 밋업에서 다뤘던 마이크로서비스 내용 그대로를 면접관 중 한 명이 언급해서 적절한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고, Udacity 강의를 들으면서 AWS EMR을 습득했던 덕분에 구체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도 설명할 수 있었다.




원래 1시간 예정이었는데 면접이 끝나고 오피스 투어를 시켜주고, 팀원들 소개도 해주고, 계속 또 다른 질문 없냐고 물어봐서 1시간 30분 동안 불어 마사지받고 왔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했기에 설사 떨어지더라도 미련이 없다. 결과에 상관없이, 생소했던 과제들도 회피하지 않고 정면 돌파한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





이전 03화 연락할 용기, 거절당할 용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