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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Mar 03. 2024

침잠의 시간이 지나가고

슬픔의 4가지 단계




갑작스러운 실직 이후 3주 동안 1단계부터 3단계까지 침잠의 시간을 거쳐왔고 다시금 3월이 되었다. 지난 4년 동안 갖가지 사건들을 통해 회복탄력성이 충분히 커졌다고 생각했었는데 예상보다 감정의 후폭풍이 거셌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각종 상실의 아픔을 겪는다. 사랑하는 연인과의 헤어짐, 절친했던 지인과의 멀어짐, 실직, 이민, 불치병, 파산, 죽음, 이혼... 영국의 정신과 의사 존 볼비는 슬픔의 4단계를 최초로 고안했다. 




1. 무감각과 충격
무감각과 충격 및 공포의 혼돈 속에서 상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

2. 그리움과 갈망
현재 처한 상황이 꿈이 아닌 현실임을 서서히 자각하고 만약 이랬더라면이라는 가정을 자주 하게 되며 상실이 발생한 이전 상황으로 되돌리고 싶어 한다.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며 자주 상실에 대해 떠올리고 좋았던 추억을 되새긴다. 공허함을 느끼기도 한다.

3. 우울
절망과 분개, 불안을 강하게 느끼고 심해지면 우울증을 겪게 될 수도 있다.

4. 회복과 재구성
있는 그대로 현실을 받아들이며 희망을 되찾고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다시금 시작한다.




평소에 만들어왔던 습관들(eg. 천국의 계단 30분 타기, 영양제 먹기, 불어 공부 30분)과 더불어 기분이 나아질 수 있는 나만의 행동들을 했다. 어떻게 해야 순간의 부정적 감정에 매몰되지 않을 수 있는지, 어떤 행동을 하면 나의 기분이 좋아지는지 등을 평소에 알아두면 위기의 순간이 닥쳐왔을 때 침잠의 늪에서 서서히 빠져나올 수 있다. 좋아하는 파리의 스타벅스에 가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힘이 되는 책의 문장들을 필사하고 반복해서 읽기, 향수를 칙 뿌리고 향을 음미하기, 글쓰기, 통통한 빵오쇼콜라나 크루아상을 아침으로 먹기, 파리 가와이 매장에 가서 피아노 1시간 연습하기, 좋아하는 음악 듣기, 따뜻하고 감동적인 영화 한 편 보기, 일단 집밖으로 나와서 무작정 걷기, 수영하기, 셀프 꽃 선물하기, 집청소하기, 머리 깔끔하게 자르기.




다목적 최적화(Multi-Objective Optimization Problem), 즉 목적 함수가 여러 개일 경우 모든 목적을 만족시키는 최적의 해답을 찾기가 굉장히 어렵다.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에 최고의 방법은 정확한 알고리즘을 만들어 내는 건데, 이걸 구현할 때 돈과 시간이 많이 들거나 최적해를 찾을 수 없는 경우에 - 휴리스틱 방법론을 많이 쓴다. 경험과 직관을 통해 전반적으로 괜찮은 해결법을 찾고자 하는 방법이다. 대표적으로는 Greedy Algorithm이 있다. 매 선택에서 지금 이 순간 당장 최적인 답을 선택하여 최종적으로 적합한 결과를 도출하자는 마인드. 대부분의 경우 제약조건이 많다면 그리디 알고리즘이 괜찮은 최종안을 도출해 준다. 그렇지만, 지금의 선택이 다음번 선택에는 전혀 무관한 값이어야 하고 최적해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이 복병이다.




삶은 매 순간 선택의 연속이고 최적화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점심에 진라면과 진짬뽕 중 무엇을 먹을 것인지, 이직을 할지 유학을 갈지, 아이를 낳을지 말지, 이 사람과 결혼을 할지 말지, 한국에 있을 건지 프랑스로 이민을 갈 것인지, 오늘은 수영장에 갈지 헬스장에 갈지, 디지털 피아노를 살지 업라이트 피아노를 살지, 정규직을 구할지 프리랜서를 할지, 포기할지 한번 더 도전할지.




둘 이상의 충돌하는 목표 사이에서 각 목표를 동시에 최적화하는 이상적인 단일 솔루션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의 선택이 다음번 선택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고, 제약 조건들이 모두 시간의 영향을 받기도 하고. 나름 세워놓았던 일련의 계획이 삶의 불확실성이라는 파도를 정면으로 맞아버렸으니, 하루하루는 루틴대로 충실하게 살아보고 전반적인 흐름은 흐르는 대로 살아내는 수밖에. 






참고

https://www.medicalreport.kr/news/articleView.html?idxno=60177

https://en.wikipedia.org/wiki/Multi-objective_optim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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