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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젤스윙 Nov 09. 2017

서울 빈부격차의 상징 :
구룡마을 판자촌

슬럼매핑 테스트베드


판자촌은 말 그대로 판잣집이 모여있는 (주로 무허가 빈민촌) 마을이다. 도시가 크게 발달하면 집값, 땅값이 오르고 원래 거기에 살던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빼앗기게 된다. 결과적으로 그 사람들이 인근의 일정 구역에 모여 살면서 판자촌이 형성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강남구 구룡마을과 타워팰리스. 사진/뉴시스

서울 강남지역에 남아있는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는 강남구 구룡마을이 대표적이다. 1980년대부터 강남 지역이 급속도로 개발되었고, 개발로 인해 갈 곳을 잃은 사람들이 인근의 구룡마을 판자촌에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대규모 주상복합단지인 타워팰리스를 건설하기 위해 원래 그 자리에 살던 사람들이 판자촌으로 쫓겨난 사례가 유명하다(구룡마을 판자촌과 강남 타워팰리스가 나란히 찍힌 사진은 서울의 빈부격차를 드러내는 대표적인 사진으로 꼽힌다). 따라서 현재 거주 중인 주민 대부분은 기초생활수급자와 노인 계층에 해당된다.



구룡마을 화재. 사진/KBS1 뉴스

구룡마을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화재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 가장 최근에는 2017년 3월에 가스히터를 손질하던 중에 화재가 발생하여 주민 모두가 대피하고 소방차량 55대와 소방인력 180여 명이 동원된 사례가 있다. 또 2014년을 기준으로는 6년간 11건의 화재가 발생했음에도 구청이나 시에서 대책을 세워주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구룡마을의 한 주택 입구.

이 지역이 유독 화재에 취약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집들이 화재에 취약한 소재로 지어진 데다가, 골목이 좁고 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기 때문이다. 우선 골목이 좁아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대부분 노년층에 해당되는 주민들이 대피에 어려움을 겪을 뿐만 아니라(집 내부구조가 복잡하고 창문이 없는 경우도 많아서 화재 발생 위치에 따라 실내에 갇히는 일도 있다), 소방차가 진입할 수 있는 구역이 상당히 제한적이다(등산객이 개인차량을 마을에 주차하여 더욱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리고 구조 인력들이 복잡한 골목 상황을 자세히 모르다 보니 어디가 막다른 길인지 어디가 입구인지 알지 못한다는 문제도 있다. 그렇게 구조가 늦어지는 와중에 나무로 만든, 다닥다닥 붙은 판잣집들은 활활 타오르고 순식간에 큰 불로 번지게 된다.



엔젤스윙은 이 지역의 문제를 드론 매핑 기술을 이용한 정밀지도로 해결하고자 했다. 골목골목을 모두 식별할 수 있는 고 해상도의 지도를 촬영한 후 대피로와 소방차의 진입 가능 범위, 소화시설의 위치 등을 표시하여 소방서와 주민들에게 배포하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4월에 서울시가 구룡마을을 주상복합 아파트, 재활용센터, 공공복지 시설을 갖춘 주거 단지로 공영 개발하는 계획을 확정했다. 설계 공모를 통해 디자인의 질을 높인 미래 지향형 주택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거주 중인 사람들은 재건축되는 임대아파트에 우선적으로 입주할 수 있는 권리를 갖지만, 실질적으로 예상 임대 비용인 2000만원 정도의 보증금과 수 십 만원의 월세를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재개발 기간 동안 1100여 가구에 달하는 현재 구룡마을 주민들을 다른 지역으로 임시로 이주시키는 것도 문제이다. 어쨌든 그건 그렇고, 엔젤스윙 입장에서는 지금 지도를 제작한다고 하더라도 곧 재개발이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활용성이 없어졌다고 볼 수 있다





구룡마을 판자촌은 곧 사라지지만 그곳에 산재해 있던 문제들 또한 영원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엔젤스윙은 우선 예정대로 구룡마을을 촬영할 계획이다. 사전에 계획했던 ‘화재안전 대피지도’를 제작하기는 힘들겠지만, 리빙랩 프로젝트라는 취지에 맞게 드론 매핑 기술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더욱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다.


By Soo



* 슬럼매핑 테스트베드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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