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타투를 시작하면서 나름의 철칙, 규칙이 있긴 하다.
그것은 바로 손목, 발목, 목에는 하지 않는 것. 긴팔, 긴바지를 입었을 때 보이는 곳에는 하지 않는다. 나도 별수 없다. 사회적 관념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었으니까. 그래서 최소한 긴팔, 긴바지를 입었을 땐 다 가려질 수 있게, 꼭 하지 않는 곳은 존재한다. 직장인으로서도 적당한 외모 관리가 필요하니까. 출퇴근할 때는 딱히 문제가 되지 않지만, 거래처를 만나러 갈 때나 중요한 미팅 때는 웬만하면 반팔이나 짧은 소매를 입지 않는다. 굳이 선입견을 주고, 책잡힐 필요 없으니까.
그렇지만 사실 그런 것보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직장 안에서 나 자신을 잃어가는 것이다. 우울증을 오래 앓았던 나는 막말로, 내 좆대로 살아야 된다. 타인의 시선 때문에 내가 점점 옅어지고 사라지는 꼴을 나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다. 그래서 가산으로 출퇴근을 하면서도 굳이 굳이 알록달록한 옷들만 골라 입는다. 스스로에게는 그러면 너만 피곤하다고 말하면서도,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나만의 노력을 응원한다.
과연 나는 내가 정한 선을 넘는 날이 올까? 손가락, 발등, 귀 뒤와 같은 곳에도 타투를 하는 날이 올까? 속박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날, 손가락 타투를 받으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