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일이 머쓱해졌다. 처음 작가 신청을 하고 한참을 쓸 때는 하루 건너 한 번씩은 글을 썼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글을 쓰는 일이 머쓱해졌다. 전문작가도 아니므로 애초에 '글을 잘 쓰고 싶다. 글을 잘 써야겠다. 혹여나 책 한 권을 낼 수 있지 않을까.' 등등의 생각은 없었지만 내심 '그래도 어느 정도 수준의 글은 쓰겠거니.' 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 글이 깊이가 없다고 느꼈다. 글의 주제나 소재 또 글을 이끌어가며 결론을 내는 방식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글의 주제를 직접 카운트해본 적은 없지만 음식 관련 이야기나 나의 어두운 내면 이야기를 주로 썼었다. 그리고 어두운 내면 이야기를 꺼낼 때면 자연스럽게 가족 얘기 특히 어머니에 대한 글들을 주로 써왔다. 내면의 어두움을 비치는 글을 쓸 때는 '어떤 자극 => 감정의 촉발 => 글쓰기(혹은 감정의 토로)=> 어쭙잖은 마무리'로 이어졌다. '글쓰기'단계에서 '어쭙잖은 마무리' 단계로 급하게 넘어간 이유는 글 안에 숨어서 부정적 감정을 토로한 데서 비롯된 일종의 죄책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당장 해결되지도 않을 문제를 길게도 잡고 있다는 판단이 들었고, 부정적 감정을 꺼내봤자 해결은커녕심화되기만 할 뿐이라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자연스럽게 글이 솔직해지지 못했다.
사회적인 자리에서도 그렇고 감정을 컨트롤하고 내면을 성장시키는 데서도 나는 왜 뒤처지기만 할까. 그깟 것쯤이야 하면서 훌훌 털어버리지를 못할까. 어머니는 내게 자주 "너는 왜 그렇게 중요하지도 않은 작은 일에 신경을 쓰냐고, 네 동생은 그런 일쯤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고, 제발 큰 일을 할 생각을 하라."고 하셨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속으로 사람이 다 큰일만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세상에는 작은 일을 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나는 애초에 소위 말하는 큰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항변했지만 여전히 앉은자리가 불안했고 심장은 과하게 커피를 마신 것 마냥 두근두근 댔다.
지금도, 브런치에 글을 못 쓴 이유를 풀어나 내보자는 심산으로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나는, 여전히, 같은 자리로 돌아와 빠져 있고 '어떤 자극 => 감정의 촉발 => 글쓰기(혹은 감정의 토로)'의 루트를 타고 있다. 오늘도 여전히 갈 길을 잃은 마무리, 다르게 시작해서 비슷하게 끝나버린 글.
글의 원래 목적은 브런치를 너무 오래 쉬어서 다시 시작하기는 머쓱하니, 변명이나 조금 하고 다시 글을 꾸준히 써보기 위한 마중물 정도를 부어보자는 데 있었다. 돌아와 보니 우리 작가님들은 여전히 부지런히 쓰고 계시고, 구독자님들은 가시기도 했구나. 뭐 내 탓인 것을. 글에서 개 짖는 소리가 나더라도 할 수 없지. 내가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 좀 대충 쓰면 또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