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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들 Jun 28. 2022

남는 건 축하뿐이니까

밀당 팀이 팀원들을 격하게 축하하는 방법

요즘 카카오톡 켜기만 해도 오늘 생일인 친구들이 쫘르륵 뜨잖아요. 무심코 살펴보다 연락이 뜸하던 친구에게 선물과 메시지를 보내 본 경험, 다들 있으시죠? 저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꼭 그럴 일이 생깁니다.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기분 좋은 게 축하니까 용기를 내 보는 거지요.


제가 일하는 밀당에서도 팀원들이 바쁜 업무 시간 중 짬을 내 라운지에 모여 생일을 축하해 주는 모습을 종종 보면서 가슴이 따뜻해지곤 합니다. 그런데 팀이 커지고 사람이 많아지면서, 또 팀마다 다른 분위기 탓에, 바쁜 업무 때문에 축하받지 못하고 어물쩍 넘어가는 상황들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조금씩 생기더라고요. 


사서 하는 걱정 아닌가 싶다가도, '누구도 소외당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조직문화적 맥락을 품고 일하는 조직문화 담당자가 아니면 누가 나서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오지랖은 분명 필요하겠죠? 누구나 축하받고 싶어 할 생일이나, 회사에 입사한 지 1년, 2년 되는 날을 밀당의 모든 팀원에게 알려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업무에 치여 촛불 끌 시간은 없더라도 '축하한다'는 따뜻한 한마디는 오갈 수 있으면 했거든요.


'축하는 크고 성대할수록 좋다'는 말마따나 '눈에 띄는 곳'에서 축하 메시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고민하다 나온 아이디어가 ‘밀당 라운지의 100인치짜리 화면을 활용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원래는 스타벅스 BGM 같은 잔잔한 배경음악에, 모닥불 영상이나 의미 없는 서울 풍경이 띄워져 있었는데요. 놀고 있는(?) 화면을 활용하면서 애정을 담은 축하까지 할 수 있다니! 빠르게 추진해 보기로 했습니다.

영상 배경은 매달 바꾸려고 노력 중입니다.

'XXX 님, 생일 축하해요!', 'OOO 님, 입사 2주년 축하해요!' 같은 문구들이 반복되도록 영상을 만들고 '무한 반복'을 시켜 놓으면 금세 완성! 팀원이 270명에 이르는 탓에 과장을 보태 365일 중 300일은 축하할 날인 것이 함정입니다만, 영상이야 틀을 짜 놓고 이름만 바꾸면 되도록 만들어 놓았으니 큰 어려움은 아닙니다.


처음 축하 메시지를 띄워 놓은 뒤로 얼마 지나지 않아 각종 인증샷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고깔모자를 쓰고, 케이크를 들고 수줍게 웃는 팀원들이 올린 사진을 보면서 '고생스럽긴 해도 만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입사 첫날에 띄워 놓는 'XXX님, 밀당에 온 걸 환영해요'라는 문구 또한 밀당에 첫발을 들인 분들의 마음을 감동시켰다는 이야기도 들려왔고요.


다른 공간에 근무하시는 분의 축하 메시지를 띄워 놓자, 이런 후기가!

밀당 팀이 여의도 오피스로 이사 온 뒤, 축하 메시지를 띄워야 하는 라운지에는 아직 프로젝터가 설치되지 않았어요. 띄울 화면이 없어서 축하를 멈춘다면, 그 기간에 기념일을 맞이할 팀원 수십 명이 실망할 수도 있잖아요? 아무 말이나 올려도 아무도 눈치 주지 않는 슬랙의 #all-random 채널에 축하를 올려보기로 했습니다.


"많이들 축하해 주세요!"라며 메시지를 올리자 웬걸, 반응이 뜨겁습니다. 축하할 사람이 한 번에 두세 명씩 되다 보니 이모지와 댓글도 수십 개씩 쏟아집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고안한 방식이긴 했지만, 팀원들에게는 더 가깝게 다가간 걸까요? 만나고는 쭈뼛거리다가 전하지 못할 축하가 메시지로 전달되는 모습도 보기 좋아 보였어요. 세심히 의도한 건 아니지만 올해 조직문화 목표였던 ‘팀원들 사이의 접점 만들기’를 이뤄낸 순간이었답니다.


축하는 '내 일이 아니지만 내 일처럼 여겨 주는 따뜻함’이잖아요. 우리가 일하면서 가져야 할 마음도 이와 닮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내일은 또 어떤 축하할 일이 있을까요? 팀원은 많아지고, 축하할 일도 늘어만 가서 고되지만 기꺼운 맘으로 해보려고 합니다. 곧 다가올 저의 입사 1주년도 축하받아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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