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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들 Aug 30. 2022

조직문화 담당자가 위로받는 순간

무용한 시도는 없다


저희 회사에는 생일과 입사 N주년을 축하해 주는 문화가 있습니다. 자랑은 아니라는 것을 꼭 일러두면서 말하자면 제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매일의 작은 기념 행사(?)입니다. 매일 아침 350명의 명단을 훑으며 오늘은 누구의 생일인지, 또 누구의 입사 N주년인지 먼저 체크해야 하는 제 업무 중 하나이기도 하죠.


공교롭게도 오늘은 제 1주년. “오늘은 제 입사 1주년입니다”라며 머쓱하지만 머쓱하지 않은 척하며 공지했습니다. 고맙게도 많은 팀원이 축하해 줬고, 저와의 기억을 뚜렷이 기억해 준 팀원들의 축하 한마디가 큰 힘이 됐습니다. 사내 뉴스레터인 팅커벨로 저를 기억해 주는 팀원들이 가장 많았고, 길고 짧은 인터뷰를 하면서 만난 팀원 중 한 명은 인터뷰 과정이 시종일관 유쾌했다며 그때의 제 모습을 복기해 주었습니다.


저를 ‘봄날의 햇살’로 과대표현(?)해 준 따스한 마음들도 있었는데, 단순하게 어느 드라마의 유행어라 시류에 따라 대충 쓰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감각이 거칠게 다가와서 가슴이 뭉글하기도 했습니다. 번아웃이라고 할 것까진 아니지만 요즘 들어 일할 동력이 잘 없다 싶었는데, 이게 뭐 별거라고 다시 한번 힘을 내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뼘 더 솔직해지자면 요사이 제가 하는 일이 좋은 효과를 낳고 있는 건지, 아니 효과라는 게 있을 수는 건지 의심되는 순간이 점점 늘어가고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한데 '내가 조각해 놓은 문화를 통해 내가 위로를 받은 순간'에서 그 효용을 어느 때보다 명확하게 느껴버린 셈이지요.


매일매일 팀원들 이름과 달력을 수없이 들여다보고, 이름과 날짜를 새로이 적어 올리는 게 무용하다고 생각될 때마다 오늘의 이 감정을 되뇌어야겠습니다. 단 한 명의 하루에라도 축복을 빌 수 있는 거라면 그리 의미없는 일은 아닐 거니까요. 이렇게 하나둘 스며들다보면은 가다듬어지는 정신과 새로와지는 마음이 있을 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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