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버들 Feb 02. 2022

무참한 노동이지만 인간적일 수 있다면

'피플팀'이라는 이름에 관한 고찰

피플팀 소속이 되어 버리고 난 후에야 '인사人事란 무엇인가'를 처음 생각해 봤다. 그러다가 생각이 멎은 곳은 다름 아닌 '피플팀'이라는 요상한 이름에서였다. 우리말로 굳이 하자면 '사람(들)팀'인데 참 기이하다. '인사'가 아니라 'People'이라는, 업무적 특성이나 지향성이라곤 찾기 어려운 단어를 끌어다 붙인 건 어떤 이유일까.


그 본래 의미와는 별개로, 관리적 뉘앙스가 강조되는 '인사'라는 용어 대신 People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사람'들인 직원들에게 집중해 일하는 팀이라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 것이라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결국엔 관리하는 일일 텐데, 어떤 면에서는 솔직하지 못하고, 구차하다고 느껴지기까지 한다. 피플팀, 너 이름이 왜 그러니?

2주마다 발행하는 사내 뉴스레터 '팅커벨'의 일부. 벌써 8호가 발행됐다.

팀원 한 명을 만나고서 풀이가 조금 보였다. 회사에 꽤 오래 다닌 분이었는데, 내가 만드는 팅커벨(사내 뉴스레터)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꺼낸 말은 대충 이랬다. 뉴스레터가 발행되기 시작하면서 회사가 살아 숨쉬는 것처럼 느낀다고, 이전엔 없었던 감정들을 실감하고 있다면서, "명성님은 우리 회사를 인간적으로 만들어 주는 사람"이라는, 분에 넘치는 평을 해 주셨다.


피플팀 소속으로 콘텐츠를 만들면서 펼쳐낸 고민들이 그렇게까지 깊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읽는 이들에게는 회사 자체를 바라보는 인식이나 감각을 바꾸게도 하는 셈이었다니 성스런 부담감 같은 것이 생겼다. 하긴 회사가 작을 때는 쉽게 느낄 수 있었을 법한 유기성有機性이, 성장할수록 감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최근 합류한 내게는 오랜 기간 회사에 있던 분의 이 같은 말이 신선한 충격일 수밖에.

팀원 인터뷰집 <일로 만난 사이>. 인터뷰 현장의 말맛을 살리고 싶어 극본 형태로 제작했다.

팀원 인터뷰 시리즈인 <일로 만난 사이>를 만들며 느끼는 점도 결국은 회사라는 인격체의 '인간성'과 '유기성'이다. 얼마 전 새로 생긴 팀에서 일하는 팀원들과 인터뷰하면서 느낀 건 '모든 조직원들은 서로의 환경일 수밖에 없다'는 지점이었다. 회사라는 조직 안에서 '아무에게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일은 없다'는 바로 그 사실. 이 팀은 그간 선생님들이 하던 일을 넘겨 받으며 만들어진 팀이었는데, 회사 입장에서는 효율을 위한 조직 개편이었겠지만, 누군가 맡아 하던 업무를 나눠 받는 일은 그의 짐을 덜어주는 것이기도 하면서 서로의 연결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일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피플팀'이라는 이름이 구차하고 솔직하지 못한 것 같다고 느낄 때쯤 듣게 된 '인간성'에 관한 이야기는 조직 문화 콘텐츠 담당자로 일하는 내게 한 단계 높은 차원을 인식하고 고민하게 해 줬다. 회사가 사람이라고 가정했을 때, 더 인간적이고 유기적인 회사가 되려면? 내가 하는 일은 인간성과 유기성에 어떻게, 얼마나 기여하고 있나? 팀원들이 스스로를 회사라는 인간의 일부라고 느낄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따위의 고민들이 늘어 가는 요즘이다.


정의하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조직문화라는 걸 '팀원들이 더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라고 한다면, 피플팀에서 나의 일이, 팀원들의 무참한 노동 인생을 조금이나마 더 인간적으로 만들 수 있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회사가 한 명의 사람이라면 그 몸의 일부인 팀원들이, '당신 때문에 우리가 존재할 수 있다'고 서로에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면, 이야기는 못 해도 감각할 수 있게 된다면 만족할 수 있을 것만 같다. 피플팀이란 이름은 그래서 그렇게 존재하고, 피플팀 팀원들은 그래서 그렇게 이름 없이 존재하나 보다.



밀당 채용 페이지

밀당 오리지널 오디오 콘텐츠 'Listen and Join'

밀당 사내 뉴스레터 '팅커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