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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들 Feb 08. 2022

이야기만 모아도 조직문화가 될까요

<한 번도 너를 본 적 없지만>을 펴내며

두세 달쯤 전인가, 회사에서 책을 만들자고 했습니다.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설명을 좀 하자면 저희 회사는 출판사나 잡지사, 신문사가 아닙니다. 교재 제작 때문에 출판사 등록이 돼 있기는 하지만, 그런 책은 저 말고 잘 만드시는 분이 따로 있거든요.


만들기로  책은 제가  에세이를 엮은 에세이집입니다. 회사의 핵심인 '온택트 선생님' 직무를 체험해 보라는 제안에 넘어가 5  직무 체험을   휘갈겨  체험기가  내용입니다. 회사가 에세이를 책으로 엮자고  데는 여러 목적이 있었겠지만, 그중 가장  목적은 온택트 선생님이라는  생경한 직무를   설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온택트 선생님'은 밀당에만 있습니다. 비슷한 모양의 비대면 과외 선생님이 여럿 있겠지만, 이들은 우리 서비스 안에서 고객을 만나는 단순한 일을 하면서도 여타 과외나 학원 강사와는 차별점이 있기 때문에 한두 마디로 설명해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설명이 어렵다는 이유 때문에 당사자들은 물론 채용담당자들이 겪는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었는데요. 기존에 교육업계에서 일하던 사람들에게조차도 이 직무를 이해시키는 일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곤 했습니다.


서비스의 도움을 받아 카톡으로 학생을 관리하고, 만나지는 않지만 누구보다 가까이서 가르치고 함께하는 온택트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설명하는 데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 고민하던 피플팀(과 저)의 눈에 보인 게 사내 뉴스레터에 연재되던 체험기였습니다. 이 내용을 작은 책으로 엮어 입사 지원자들과 입사자들의 손에 쥐여 준다면, 수십 분의 설명보다 나을 수 있겠다는 합의는 그리 어렵지 않게 이뤄질 수 있었습니다.


왼쪽은 제 나름 해본 표지 디자인이었습니다. 당연히 디자이너님께 맡긴 게 더 영롱하니 좋습니다.

책으로 내자는 결정을 하고, 첫 디자이너 미팅 후 출간까지는 두 달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뉴스레터에 이미 한 번 실었던 글들을 모아 찍어낸 터라 글쓰기 작업에는 힘을 거의 들이지 않았습니다. 평소 가까이 지내던 디자이너님에게 작업을 맡겼기에 빠르게 소통하며 디자인 작업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보는 눈이 크게 없는 편인데, 능력자인 디자이너님과 출간 작가인 팀장님의 힘을 많이 빌렸습니다.


책 한 권 내본 적이 없는 저지만 이 기회에 출간 작가(?) 반열에 슬쩍 발을 들이밀어 봐도 되겠지요. 책에도 그런 내용이 있습니다만, '스타트업 피플팀에서 글을 쓴다'고 저를 설명하면 쉬이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이 종종 계시곤 했는데요. 그럴 때 이 책을 건네드리면 제 직무를 설명하는 일도 한결 수월해질 거라는 생각에 기쁘기도 합니다.


책으로 나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한 글을 쓰면서는, '이야기만 모아도 조직문화 일부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다소 발칙한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링크드인에는 이런 소개 문구를 조심스레 써 놓았습니다. "'글 하나 읽었을 뿐인데 회사 생활이 행복해진다'는 헛된 이상을 현실화하는 글쟁이이고 싶습니다."


'좋은 조직문화'라는 이상만 가득하던 머릿속이 현실의 세례를 받아 충만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콘텐츠가 만져지고 보이고 들리는 '형물'로 완성될 때가 그렇고, '덕분에 지루한 회사 생활이 즐거워졌다, 일하기 좋아졌다'는 실재화한 증언을 들을 때가 그렇습니다. 'Employee Experience Writer'라는 세상에 없던 직무로 일하는 것이 가끔은 이상적인 무언가에만 기대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을 때도 여전히 있습니다만, 앞으로는 그런 상념에 빠질 때마다 이 손바닥만 한 책을 스르륵 펼쳐 보아야겠습니다. 내 일에도 보아지고 만져지는 게 있구나, 하며 이죽거리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도록요.



에세이집 <한 번도 너를 본 적 없지만>이 전자책으로 발간되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만나보세요.


<한 번도 너를 본 적 없지만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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