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버들 Jul 25. 2022

조직문화는 OOO이 아니다

나는 모른다는 것밖에 알지 못한다

"너희 회사 분위기 좋아 보이더라!" 밀당의 사내 뉴스레터인 팅커벨을 받아보는 분들(외부에서도 구독할 수 있습니다)이 종종 하는 말입니다. 뉴스레터에 비치는 팀원들 모습이나 이야기가 따뜻하고 훈훈해 보였다는 게 골자인데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조직문화 콘텐츠 제작자인 저는 괜히 우쭐해지곤 합니다. '우리 회사 조직문화, 꽤 괜찮은가?' 하면서요.


뉴스레터와 같은 사소한 기록 하나하나가 벽돌이 되어 조직문화라는 담을 쌓아 가고 있음을 알기에 마땅한 반응인가 싶다가도, 꼬리를 무는 상념을 떨쳐버리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를테면 '뉴스레터에 보이는 우리 회사의 모습은 극히 일부일 뿐인데 그것으로 전체를 가늠하는 것이 합리적인가'라거나, '그들이 사용한 분위기라는 단어는 어떤 맥락에서 사용되었는가' 따위의 생각이 드는 거죠.


사실 '조직문화'의 몇몇 용례만 봐도 하나로 모아지지 않는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했듯 누구는 조직문화를 '분위기'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일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어디서는 '조직 구조'라고 말하기도 하는 것처럼요.


조직문화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하고, 조직문화에 대해 공부하고 알아갈수록 '조직문화는 이것이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되려 극히 일부만 다루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파인먼이 그랬다던가요? "양자역학이 무엇인지 이해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새빨간 거짓말쟁이"라고요. 그의 말을 빌려 부러 날카롭게 말하자면 "조직문화는 OO다"라고 단정해 말하는 사람들이 죄다 사짜(?) 아닐까… 감히 생각해 봅니다. (혹 지나치게 날 선 표현이라 느끼신다면 부디 용서를 구합니다.)

많이 핫했던 이 책을 읽으면.. 조금은 알게 될까요?

신학에도 다양한 분야가 있다는 거 아세요? 그중 '부정의 신학(Theologia Negativa)'이라는 게 있습니다. 신 정의(定義)를 부정하는 방식으로 신의 본질을 찾아가려는 접근법인데요. '신은 인간이 아니다', '신은 시공간에 제한되지 않는다’, '신은 악하지 않다' 등의 명제들을 하나씩 쌓아 가다 보면, 그러니까 신이 아닌 무언가를 덜어내다 보면 신의 존재가 더 선명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한 관점인 셈입니다.


갑자기 신학 이야기를 왜 하냐 싶으실 텐데요. 어느 순간 조직문화라는 개념의 중심에 접근하는 데 이 부정 신학의 접근법을 써 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같은 접근법이 특정 개념에 접근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판단에서요.


이를테면 이러한 접근을 해보는 겁니다. '조직문화 분위기가 아니다', '조직문화는 조직문화 담당자만의 몫이 아니다', '일하기 편한 환경이라고 조직문화가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당장 뚜렷해진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렇게 하나씩 걷어나가다 보면 안개가 걷히듯 진리(?)가 뚜렷해지지 않을까 기대해 보는 거지요.


조직문화 어쩌구를 이미 맡아버린 이상, 사짜가 되고 싶지는 않아서요. '무엇이 조직문화가 아닌지'를 말하는 방식으로 조직문화를 더듬어 가야겠습니다. 마치 하나의 선언 같은데요. '좋은 조직문화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명확히 답할 수는 없어도, '좋지 않은 조직문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겁없이 답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기독교 신학 이야기를 갑자기 꺼내 놓았으니 균형(?)을 위해 공자의 말로 글을 마쳐야겠습니다. "아는 것을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하는 것, 이것이 곧 아는 것이다." 일단 하나는 확실히 알겠습니다. 저는 아직 조직문화가 무엇인지 1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요.


밀당 팀 블로그

밀당 오리지널 오디오 콘텐츠 'Listen and Join'

밀당 사내 뉴스레터 '팅커벨'


[기록이 모이면 조직문화]

나도 누군가에겐 회사이니까

무참한 노동이지만 인간적일 수 있다면

이야기만 모아도 조직문화가 될까요

손바닥만 한 이름표 한 장이지만

남는 건 축하뿐이니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