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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막뚱이 Aug 01. 2023

오늘조손-할밋리스트

할미+버킷리스트, 할머니와 하고 싶은 것들의 목록과 가족여행


                    




 

 스타벅스에 오랜만에 갔다가 어리둥절하게 앉아 계신 어떤 할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스타벅스에서 자주 볼 수 없는 풍경. 어르신, 특히 뽀글 머리의 어르신이 앉아 계신 풍경이다. 그 짧게 스친 그 순간 할머니의 눈빛에선 내가 여기 있어도 되나 하는 흔들림이 느껴졌다. 우리 할머니도 함께 외출하면 종종 보였던 모습이라 눈빛만 봐도 느껴지는 마음. (사실 사이렌오다 한 지 오래됐는데 왜 이렇게 안 나오나 이런 표정인데, 순전한 나의 오해일 수도) 다른 할머니를 보면 우리 할머니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이해할 수 없었던 두리번거림과 동공지진도 나이가 들고, 내가 속하면 안 될 것 같은 새롭고 낯선 더 젊은 사람들을 위한 듯한 공간들이 생기게 되니 공감이 됐다. 


 할머니는 나보다 훨씬 오래 사셨다. 내가 살아온 시간의 2.5배만큼 사신 세월 속엔 내가 겪어 보지 못한 단계, 결혼, 출산, 육아, 손녀 육아 등 여러 단계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할머니가 뭐든지 나보다 많이 해본 건 아니다. 나보다 훨씬 오래 사셨음에도, 먹어본 음식 종류는 아마 내가 훨씬 많고, 가본 곳도 내가 훨씬 많을 거라 감히 장담한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곳에 가거나 먹을 때면 자연스레 할머니가 생각난다.


 앞으로도 늘어날 내 경험의 세계 폭과 할머니의 세계의 폭의 격차를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할밋리스트를 만들었다. 할밋리스트란 꼭 해야 할 일들을 뜻하는 버킷리스트와 할머니를 더해 할머니와 꼭 함께 하고 싶은 것들을 나열한 목록들이다. 거기엔 제일 첫 번째로 여행이 있다. 궁극의! 가장 원대한 꿈은 비행기 타기지만, 일단 쪼렙 단계인 버스나 기차 타고 여행하기를 감행했다. 닭과 막뚱이와 할머니 함께 온 가족 여행. 분쟁과 헤맴과 긴장 속 순탄하지만은 않은 여행길들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추억이 된다. 그리고 그 추억을 더 의미 깊게 만들어준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도, 가족여행은 한평생 낯선 것이었지만, 벌써 몇 차례 다녀왔다는 게 신기한 요즘. 일기장에만 적어 두었던 여행 이야기들, 조금씩 나누고 싶다. 




에필로그

7월에는 돌아오려고 했는데, 결국 8월 첫날 이렇게 인사드립니다. 7말 8초, 뉴스에서 많이들 언급하는 여름휴가 시기인데 요즘은 더 다양한 시기에 나눠서 가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저의 주특기 미루기 덕에 어쩌다 보니 휴가철에 가족여행의 이야기를 적게 되었네요. 뚜벅이가 다리 아프신 할머니 모시고 여행하는 건 정말 쉽진 않았지만, 즐거운 경험과 고마운 경험 모두 할 수 있었던 다녀오길 잘했고, 앞으로도 가고 싶은 여행들이었습니다. 여행지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더 자주 보였으면, 하는 소소한 바람으로 인사드립니다. 여름이었다, 로 시작할 수 있는 찬란한 8월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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