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연천군 백의리에서 초등학교 1학년을 보내고, 2학년 새 학기에 방배동으로 이사를 왔다. 용산 군인아파트 이사를 대기 중이라, 잠시 몇 달 살았던 단칸방이었다. 무척이나 낮은 방문에 키가 크신 아버지는 종종 머리를 찧었고, 그 모습에 이따금 나는 묘한 재미를 느끼기도 했었다.
4 식구 옹기종기 붙어 지낸 그 방에는 낮은 다락이 있었고, 그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앉아서 동생과 놀았던 기억이 있다. 우리에겐 더할 나위 없던 재미난 공간이었을 게다.
바깥 마당에 있던 재래식 화장실이 무서워서 밤에는 부엌 옆 개수대 구멍에 소변을 본 적도 있었다. 한 사람 서서 움직일만한 작은 공간의 그 부엌과 현재의 내 부엌을 볼 때면, 그 당시 지금 내 나이의 엄마의 마음을 상상해 보며 가슴 한편이 저려 오기도 한다.
9살의 나는 주인집 현관문 속의 세상이 너무도 궁금했었지만, 한 번도 보지 못했고 마흔 살이 된 지금도 여전히 궁금하다.
어느 날 도둑이 다녀갔고, 마땅히 가져갈 것이 없었을 우리 집 물건들 중 아버지의 새 군화만 사라졌다. 주인집에는 더 좋은 물건들이 많았을 텐데, 왜 우리 집에 와서 아버지의 군화를 훔쳐갔을까 했던 궁금증이 여전히 남아 있다.
친정 엄마가 그림을 보시더니, 내 기억 속에 2층으로 거대하게 자리 잡은 주인집은 실제로 1층이었다고 말씀하신다. 엄마와의 대화에서 나의 9살 기억과 퍼즐 맞추기를 하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존재하지 않을 저 공간이 내 나이가 학교에 입학을 하던 봄날에 새삼 떠오르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