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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09. 아무도 날 몰라주는 것 같은 날

: 세상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 드는 그날엔

by 위드유코치
당신의 오늘 하루가 힘들진 않았나요
나의 하루는 그저 그랬어요
괜찮은 척하기가 혹시 힘들었나요
난 그저 그냥 버틸만했어요

기댈 곳-싸이(PSY)


2019년 7월의 어느 날


괜찮은 척, 하루를 보낸 것 같다.


점점 애교가 늘어가는 아이를 보며 웃고, 점점 더워지는 날씨 덕에 많아진 빨래를 정리하고, 이것저것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해내며 오늘도 어제와 비슷한(?), 어쩌면 똑같은 하루를 보냈다.


오늘 하루를 돌아보면 참 여러 일들이 있었는데 내 마음 한편이 허전하다. 나의 역할을 다 해낸 하루인데도 왠지 모르게 마음이 자꾸만 가라앉는다.


누군가 나의 열심을 몰라줘서가 아니라 그저, 정말 그저 "요즘 많이 힘들지?”라는 말 한마디가 나를 버티게 해 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날은 내 존재가 세상 속에 섞이지 못하고 녹아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 누구도 나를 깊이 들여다보지 않고, 나는 계속 '누구의 아빠'라는 이름 속에서 내가 누구인지조차 잊히는 것 같은 느낌.


마음속에 오래도록 맴도는 말,

"아무도 나를 몰라주는 것 같아.”


오늘 밤, 이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나는 내 안에 웅크리고 있는 외로움과 정면으로 맞설 용기가 없는 사람인 걸까?


아빠 육아 7개월 차였던 그날의 기록.


그날도 오늘도 어쩌면 같은 말, 같은 생각을 하는 똑같은 하루일지도 모르겠다.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한 명쯤 있었으면 좋겠다.”


그때도 지금도 나는 하루를 열심으로 채우며 살아간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 허전함은 누군가의 인정이나 칭찬으로 채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마도, 나 자신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본능적 감각일까? 아니면 ‘내가 지금 누구로 존재하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일까?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내 외로움을 채워줄 무언가를 찾아야 하는 걸까? 아니면, 그저 지금의 나를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오늘도 애썼어.”
“지금의 나도 충분해.”
“아무도 몰라주지 않아도,
나는 오늘의 나를 알아줄 수 있어.”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주면 해결될 수 있을까?


나는 어쩌면 너무 오랫동안 ‘잘하는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그냥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감각을 모르는 사람인 것 같다.


그러니 이제부터 누군가의 인정보다 중요한 건 나 스스로가 나를 알아주는 용기라는 것을 마음속에 새기며 살고 싶다.


그렇게 살다 보면 누구도 나를 몰라주는 것 같은 날엔 내가 나를 알아주는 하루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언제부터 혼자 견디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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