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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 나의 시간을 갖고 싶은데 미안한 날

나를 먼저 챙기고 싶은 마음

by 위드유코치
오늘은 아주 잠깐이지만 조금만 쉬고 싶었다.


10분의 산책, 조용한 공간에서의 커피 한 잔, 창밖을 바라보며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있는 시간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저 그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마음이 드는 순간 내 안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이 와중에 네가 쉴 수 있어?”
“아이는 누가 봐? 집안일은?”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런 내가… 너무 이기적인 건 아닐까?”


쉬고 싶다는 마음이 이기적인 고백처럼 느껴질 때, 나는 참 많이 외롭다는 마음이 든다.

가족을 사랑하지만 나 자신은 점점 지워있는 느낌이랄까?


내 시간을 갖고 싶다는 욕구가 사치처럼 느껴졌고, 조금만 나를 챙겨도 직무유기 같은 묘한 죄책감이 따라붙었다.


이런 나는 괜찮지 않다.
이런 나는 짠하다.
이런 나는 안타깝다.


아내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내 안에 가득 차 있는데도 내 마음 한구석은 자꾸만 "내가 미안해"를 반복한다.

가장으로서 그리고 아빠로서 사치를 부리고 있는 것 같은 내 모습만 자꾸 보인다.


그날, 육아일기에는 이런 문장이 남아 있었다.

“오늘도 나의 시간을 갖고 싶었지만, 결국 한 시간도 내 맘대로 쓰지 못했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 마음은 단지 ‘쉬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무너지지 않기 위한 구조요청 신호였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지금 나를 챙기지 않으면 조만간 모든 것을 놓아버릴지도 모른다는 조용하지만 무서운 경고.


‘아빠니까, 참아야지.’, ‘아이 먼저, 가족 먼저, 나는 나중에.’ 그렇게 늘 나에 대한 순서를 미뤄온 나에게 오늘만큼은 맨 앞 순번을 나로 바꾸고 싶다.


‘나 먼저, 내 마음 먼저, 내 쉼 먼저, 내 시간 먼저'...


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건 이기적인 것이 아닌 지금의 나를 지켜내려는 다정한 시도라는 걸 이제는 용기 내어 믿어보기로 했다.


아무도 내게 ‘괜찮다’고 말해주지 않더라도, 오늘만큼은 내가 나에게 속삭여주기로 마음먹었다.


“괜찮아. 그럴 수 있어 쉬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는 것은 그만큼 애썼다는 증거야. 그러니까 괜찮아! 쉬어도 돼"


오늘의 나는 여전히 잠깐의 쉼에도 왠지 모를 죄책감을 느끼지만 내 마음을 살짝 다른 방향으로 돌리려 한다.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건 열심히 달려만 가는 내가 아니라 잠시 멈추어 나를 살피는 내가 필요한 하루이다.


“지금 내가 바라는 ‘쉼’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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