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EP08. 혼자 있고 싶은 날

: 고요함이 가져다주는 편안함

by 위드유코치

오늘은 그냥,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이의 울음소리, 작은 웃음소리...


평소에는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그 소리들마저 오늘따라 귓속에 날카롭게 꽂힌다.


온종일 아이와 붙어 있다 보면 나를 지우개로 지우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나는 지금 누굴까?'


하루 종일 ‘아빠’라는 역할과 이름으로만 불리다 보면 나는 어느 순간 나 자신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듯하다.


쉬고 싶다.


그런데 쉴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더 지치게 만든 오늘이었다.


‘내가 왜 이러지?’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마음속 아주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나 좀… 그냥 혼자 있게 해 줘.” 다 내려놓고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로 쉬고 싶은 욕구를 모른 채 하기가 너무 힘든 오늘 하루였다.


혼자 있고 싶다는 마음은 이기적인 걸까? 아니면, 회피일까? 그것도 아니면 나를 돌보라는 마음의 신호인 걸까?


양육과 돌봄의 무게감이 생각보다 무겁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무게가 하루하루 쌓여 내 몸과 마음이 점점 메말라 가는 것만 같다. 그래서일까 마음속 고요함을 바라는 욕구가 '혼자 있고 싶다’는 마음의 신호가 되어 나타나는 것 같다.




아빠의 육아 일기를 다시 읽는데 내 눈에는 ‘혼자’라는 단어만 보인다. 아빠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돌보면서 어느새 나는 나를 잊은 채 내 마음과 욕구를 접거나 미루거나 감추며 하루하루를 견디며 이겨내고 있었다.


'혼자 있고 싶다'는 감정은 결코 이기적인 것이 아니다. 어쩌면 나를 지키기 위한 본능적인 반응일 수 있다.


그래서 오늘 하루쯤은 ‘혼자 있고 싶다’는 감정을 솔직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집안일을 잠시 미룬 채 소파에 누워 TV를 틀고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도 보고 잠시 눈을 감고 낮잠을 자기도 했으며 그러다 갑자기 일어나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기도 했다.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 누구로부터 도망치겠다는 뜻이 아니라, 내 안의 나에게 다가가겠다는 뜻이다.


오늘 나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어. 혼자 있고 싶다는 마음은 나를 돌보려는 마음이야.”


잠깐 혼자 있는 시간은 나를 비워내는 시간이 아니라

나를 회복시키는 시간이 될 것이다.


“지금 내가 가장 원하는 쉼은 어떤 모습일까?”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연재
이전 07화EP07. 아이가 미워진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