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로움은 말이 아니라 마음이 통하지 않을 때 찾아온다
오늘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조용히 있고 싶어서 일부러 아이들이 북적이지 않는 시간을 골라 아이와 함께 놀이터에 나갔다.
나는 벤치에 앉아, 5월의 햇살과 바람을 느꼈다. 아이의 웃음소리만 들리는 놀이터를 멍하니 바라보며 마음의 쉼을 취하고 있었다.
그때, 우리 아이와 비슷한 또래 여자아이와 엄마가 다정하게 놀이터로 들어왔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여자아이 엄마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아이가 몇 살이에요?”
“안녕하세요! 네 살이요.”
“어머, 둘이 같이 노네요. 너무 예뻐요.”
“네! 그러네요"
라고 짧게 대답하고는 난 고개를 살짝 돌려 놀이터 주변을 바라보았다. 그 뒤로 어떤 대화도 이어지지 않았다.
평소 같았다면 참 반가운 상황이었을 것이다. 늘 같은 놀이터를 들락날락 거리지만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아 외롭다고 느낀 날들이 있었고, 소소하게 아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은근히 기대했던 적도 많았다.
그런데, 하필 오늘은 그 다정한 말조차 "왜 이리 부담스럽게 느껴졌을까? 왜 나는 대답조차 하기 싫었고, 왜 그렇게 짧게 말을 끊고 싶었을까?"
괜스레 그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빠의 육아일기에는 그날의 양가감정이 고스란히 적혀 있다. 외로움을 느끼고 있기에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은 나, 하지만 말 한마디도 감당할 힘이 없는 나!
두 가지의 모습이 동시에 존재했던 하루였던 것 같다.
아마도 그날의 나는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된 상태였을 것이다. 누군가와 이야기 나누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그 마음을 꺼내놓을 힘이 없는 것처럼...
무엇보다 나조차 내 감정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감정이 방전된 상태였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런 날이 있다.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은데, 그 연결을 감당할 여유조차 없는 그런 날 말이다.
외롭지만 동시에 혼자 있고 싶은 마음, 이상하리만큼 정말 이상한 마음.
말을 걸어주는 사람이 고맙기도 하면서 어쩌면 괜히 벅차고 부담스러운 순간
그날의 나는 그런 날을 버텼다.
그리고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그런 내가 이상한 내가 아니라는 것을, 나에게 또다시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 찾아온다면 그건 단지 “마음이 쉬고 싶다”는 신호일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2022년 5월 그날의 나는, 그저 말하고 싶지 않은 나를 선택했을 뿐이다.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은 나와 혼자 있고 싶은 나, 그 두 마음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 그 마음을 이제야 조금씩 인정해 주기 시작했다.
외로움은 사람과 사람이 말을 나누지 않아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연결되지 않을 때 찾아오는 감정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은 내가 나와의 마음을 먼저 연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회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오늘, 어떤 감정을 감당할 여유가 없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