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 아이가 미워질 때 아빠의 마음
오늘의 감정 체크
- 아이에게 지쳤다?
- 미워한다는 감정이 무섭다?
- 죄책감이 든다?
어떤 순간부터 아이를 향한 ‘미움’이라는 감정이 아빠에게 밀려오는 상황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럴 때면 나는 조금 아니 매우 혼란스럽다.
‘아빠인 내가 어떻게 아이에게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지?’
‘이건 아빠로서
절대 느껴선 안 되는 감정 아니야?’
오늘도 미움이 나에게 찾아왔다.
나름 정성스럽게 차려준 밥상.
아이는 식판을 손으로 밀면서 “나 이거 안 먹어! 맛없어!”라고 말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그럼 먹지 마!”라고 큰소리치며 식판을 치워버렸다.
나의 목소리는 크고 날카로웠으며 짜증이 듬북 담겨 있었다. 아이는 울음을 터트렸고, 나는 모른 척 혼자 밥을 먹으며 생각했다.
'지금 내가 아이에게 화낸 이유가 뭘까?'
‘아니, 그보다… 아빠인 내가 미워하는 마음이 드는 게 맞아?'
그날의 육아일기엔 아이에 대한 미움과 서운함, 죄책감이 동시다발적으로 적혀 있다.
같은 말을 수십 번 반복하게 만들 때, 내가 이미 지쳐 있는데 이것저것 요구를 쏟아낼 때, 내 안에 무언가가 확 끓어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그 끓어오름은 분노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힘듬이고, 무력감일지도 모르겠다. 난 그 감정을 다듬지 않은 채 아이에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낸다.
그 순간 아빠의 마음 한 구석에 '미움’이 자리 잡게 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빠로서 '자격이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이에게 왜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일까? 그리고 이 감정은 나를 '나쁜 아빠' 프레임에 가둬 버린다.
그런데 이건 아이를 미워하는 감정이 아니라, 스스로 감당하지 못한 감정이 아이를 향해 튀어나온 것은 아닐까?
'내가 미워하고 있는 건 아이가 아니라
지쳐버린 오늘의 나 자신’ 일 것이다.
아이에게 느끼는 미움의 밑바닥에는 지쳤다는 마음,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마음 그리고 오랫동안 눌러왔던 내 욕구들이 가득히 숨겨져 있다.
쉼을 찾기 어려운 일상, 참아왔던 감정들, 말하지 못한 고단함이 ‘미움’이라는 감정의 옷을 입고 나온 것이다.
그래서 오늘만큼은 그 감정을 비난하지 않기로 했다. 마치 감정을 담고 있던 낡은 서랍 문이 툭 하고 열리듯, 그 마음을 꺼내어 조용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그리고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그 감정도 괜찮아. 그건 내가 나쁜 아빠이기 때문이 아니라, 정말 많이 애썼기 때문이야.”
나는 양육자로서 이중적인(?) 마음을 품고 살아간다. 사랑하지만 때로는 버겁고, 안아주고 싶지만 때로는 멀어지고 싶고, 돌보고 싶지만 동시에 나 자신도 돌보고 싶은 마음들...
그 마음들이 부딪히고 엉키는 날이 찾아오면 스스로를 더 많이 다그치게 된다.
하지만 감정은 죄가 아니다. 그건 단지 지금의 내 상태를 알려주는 신호일뿐이다.
‘조금 쉬고 싶어요’,
'지금 너무 지쳐 있어요’
'나도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어요.’
아이를 미워한 게 아니라 사랑하지만 너무 지쳐 있었을 뿐! 오늘 나는 그 감정을 인정함으로써 조금 더 솔직한 나로, 조금 더 다정한 아빠가 되기로 다짐해 본다. 그리고 다시 오늘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그 순간 내가 진짜로 미워했던 건 누구였을까?
"나는 지금 어떤 위로가 필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