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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청년창업 연대기 - 전반전

어떤 사업 아이템으로 시작했을까? 사업계획서는 써봤을까? 창업종류는?

by 심규열

어느덧 영어교육 창업한 지 4년이 다돼간다. 수입도 꽤 안정적이고 발전 가능성도 기대된다.


그런데 어떻게 창업을 시작했을까? 어떤 창업일까? 어떻게 돈을 벌까? 중간에 위기는 없었을까? 여태 어떤 과정을 거쳐왔을까?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창업. 나의 창업 연대기를 소개한다. 전반전, 후반전으로 나눠서 오늘은 전반전만 살펴보자!


[전반전] 1. 초창기 2. 시도기 3. 확정기

[후반전] 4. 사업기 5. 심화기 6. 현재~






1. 초창기

일단 시작해 본 원데이 클래스

1.png 스펙업에 올렸던 영어회화 원데이클래스

지금으로부터 4년 전쯤, 대학생 4학년 때 <영어회화 학습법> 원데이 클래스를 처음 열었었다. 2시간에 무료였다. 이 강의가 지금 하고 있는 창업의 시초였다. 그런데 왜 열었을까? 창업하려고? 용돈 벌려고? 그런 생각은 1도 없었다.


오로지 한 가지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한국에서만 영어회화를 공부하면서 비효율적인 학습법들이 많다고 느꼈다. 시행착오를 너무 많이 겪어서 낭비한 시간들이 아까웠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나와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었으면 했다. 이러한 문제의식 때문에 무료로 원데이 클래스를 열었었다.


pexels-pixabay-256395.jpg 공짜로 노하우를 준다는데도 왜...


스펙업이라는 취업 카페에 홍보를 하고 사비로 스터디룸도 빌렸다. 그런데 웬걸, 모두 노쇼 했다. 영상 찍어주기로 한 친구 두 명 빼고 아무도 안 왔다. 현실은 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배웠다. 소중한 노하우를 무료로 배포하면 무조건 많이 올 줄 알았는데 내 착각이었다. 결국 하라는 발표는 안 하고 그날 친구랑 술만 진탕 먹었다.


이미 자료를 열심히 만들어 놓아서 어떻게든 강의를 하고 싶었다. 왜 안 왔을까 나름 문제점을 분석해서 다시 홍보했다. 좀 있어 보이게 하려고 난생처음으로 포토샵으로 포스터를 만들었다. 취업 카페뿐만 아니라 대학생 커뮤니티, 영어 관련 사이트에 정기적으로 홍보를 했다. 생각해보면 이때 실전 마케팅 기본을 혼자서 배운 것 같다.


2.png 청년창업


처음에는 3~4명 왔지만 마케팅 노하우가 쌓이면서 사람이 급격히 늘어났다. 나중에는 스터디룸 자리가 부족해서 다음 강의 예약까지 받았었다. 계속 무료로 진행했다. 그냥 재밌었다. 그리고 작게나마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의미를 느꼈다.


매출 = 0 / 비용 = 0 = 수익 0원



2. 시도기

이게 돈이 될까?

그러다 수강생 중 한 명이 탈잉이라는 재능 공유 플랫폼을 알려주셨다. 무료로 듣기에 아깝다고 하셨다. 그날로 바로 수업을 등록했다. 돈도 벌 수 있고 사람도 더 끌어모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강의 시간을 3시간으로 업그레이드하고 탈잉 다른 수업 가격을 보고 시간당 15,000원, 총 45,000원으로 수강료를 정했다.


3.JPG 지금은 너무나도 커저버린 탈잉


첫 수업에 6명이 참석해서 대략 25만 원 정도 받았다. 3 시간하고 25만 원이라니 대학생으로는 과분했다. 사실 금액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알바비, 과외비 받을 때랑 느낌이 달랐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내 힘으로 벌어낸 돈이었다. 강의 끝나고 너무 짜릿해서 받은 수강료로 바로 abc마트로 달려가서 신발산 기억이 난다. 내 일 내 돈의 시작이었다.


강의를 하다 보니 수강생 몇몇 분들이 정규 영어회화 스터디를 요청했다. 그전에는 내가 과외를 찾아다녀야 했다. 중개료도 내야 했다. 이제는 반대이니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월 4회, 8만 원으로, 5명씩 2반을 열었다. 처음부터 마감됐다. 이전까지 쌓아놓은 수강생 리스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4.png 오프라인 스터디 오픈!


아울러 지인 추천으로 브런치를 알게 되어 영어회화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5번 탈락 끝에 작가 신청을 합격했다. 이때, 또 글쓰기에서 많이 배웠었다. 누차 말하겠지만 이처럼 창업에 필요한 능력은 창업 과정에서 하나씩 배웠다. 실전이야 말로 최고의 학습 기회이며 동기다.


이때쯤부터 '그냥 취업하지 말고 지금 하고 있는 거 계속할까?'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브런치 구독자가 늘어가면서 내 콘텐츠에 대한 자신이 생겼다. 직접 수강생들 고민을 들으면서 강의 내용, 브런치 글을 계속해서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다. 강의, 수업 규모를 키우면 모르긴 몰라도 굶어 죽지는 않을 거 같았다.


매출 = 100 (원데이) + 80 (정규 스터디) = 180

비용 = 40 (스터디룸비 + 탈잉 수수료) = 40

수익 140만원



3. 확정기

그래 창업으로 가즈아!

첫 원데이 클래스를 열고나서 1년 정도 후이다. 3시간 한 강의에 못해도 15명은 참석했다. 정규 수업도 6명씩 4반으로 증설했다. 학교 다니면서 모두 관라하기가 힘들어서 대학교 후배를 보조 튜터로 썼다.


주 1회 원데이 클래스, 주 2회 정규 스터디만 운영해도 매출이 300 이상 나왔었다. 이때쯤 커리어 고민은 이미 끝났었다. 스스로를 창업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먼 미래는 모르겠지만 나는 계속 이 일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 딱 정한 게 아니라 그냥 하다 보니 서서히 창업 정체성이 완성됐다.


5.jpg 규모가 점점 커졌던 원데이 클래스


갑자기 늘어난 수입원도 한몫했지만 가장 큰 동기는 성장이었다. 왜 우리 게임할 때 레벨업도 하고 돈도 모으는 재미로 하지 않는가? 딱 그런 느낌이었다. 다음 달에는 브런치에 시리즈물을 연재해야지! 원데이 클래스 후에 애프터서비스도 제공해야지! 네이버 카페도 만들어볼까?라고 생각하며 하나씩 하나씩 키워가는 재미로 일했다.


수업 규모가 커진 데는 사실 외부 도움이 컸었다. 탈잉에서 홍보 소개 영상을 찍어줘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에 알아서 내 수업을 홍보해줬다. 원래라면 시간, 돈 들여서 내가 다 했어야 하지만 탈잉에 내 수업을 좋게 봐줬었다. 어쨌든 수업 신청자가 많으면 서로 이득이니까 그런 거였다.


6.png 탈잉님에게 감사할뿐...


또 하나는 브런치 성장이다. 다음 메인 노출, 추천 작품 선정, 공유 등을 통해서 구독자가 급격하게 늘었었다. 현장 강의를 듣고 구독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브런치를 보고 현장 강의를 신청하시는 분도 계셨다. 결론적으로 로 돈을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마케팅을 했다. 탈잉도 그렇고 브런치도 그렇고 딱히 마케팅 효과를 노리진 않았는데 말이다.


보통 사업, 창업하면 자금을 생각하곤 하는데 보다시피 나는 이 시기까지 쓴 돈이 거의 0에 가깝다. 비용은 탈잉 수수료 20%, 스터디 대관료 몇만 원이 전부였다. 모두 수익 후에 따라오는 차후 비용이므로 실질적인 내 돈은 1도 안 썼다. 이 말은 뭐다? 만약 이 사업을 하다 망해도 나는 잃을게 전혀 없다. 굳이 따지자면 내 시간이지만 그만큼 돈을 벌었고 더 중요하게는 실전을 통해 여러 가지 사업 능력을 길렀기에 전혀 아깝지 않았다.


매출 = 250 (원데이) + 200 (정규 스터디) = 450

비용 = 50 (스터디룸 + 수수료) + 50( 보조 튜터 알바) = 100

수익 350만원






여기까지가 전반전이다. 돌아보니 내 창업은 우연의 연속이었다. 수강생이 브런치니 탈잉이니 추천해서 해봤는데 모두 결과가 좋았다.


후반전에서는 아예 수강생과 함께 일을 시작해서 월매출 2000만원까지 찍게 된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절반 이상 폭락하지만 말이다.


다음 글에서는 본격적으로 사업화를 시작한 후반전 이야기를 들어보자!


[전반전] 1. 초창기 2. 시도기 3. 확정기

[후반전] 4. 사업기 5. 심화기 6.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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