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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자본 창업 연대기 - 후반전

돈버는법은 정말 다양하더랍니다

by 심규열

1인창업 썰을 풀고 있다.


지난 글에서 창업 시작부터 수익 창출 과정까지 전반전을 다뤘다.


오늘은 비트코인마냥 철렁거리는 1인창업 후반전을 보도록 하자!


[전반전] 1. 초창기 2. 시도기 3. 확정기 (이전글)

[후반전] 4. 사업기 5. 심화기 6. 현재 (오늘)






4. 사업기

월매출 10배로 늘리기

mr_fluency_01.png 초창기 귀엽게 제작한 미스터플루언씨 로고, 소자본 창업

월매출 규모가 2,000만원까지 치솟았던 시기다. 혼자가 아닌 팀으로 일했기에 가능했다. 원데이 클래스 수강생 중 한 분 CH님이 사업 제안을 하셨다. 계속해서 원데이를 통해 정보, 제안, 추천을 받으니 보물창고인셈이다. 어쨌든, CH님과 함께 온라인 영어회화 <미스터플루언씨> 런칭을 준비했다.


밤늦게까지 기획회의도 하고 지인들한테 테스트 버전을 돌려보기도 했다. 이미 사업을 해보신 분이라 배울게 많았고 역시 처음 해보는 거라 마냥 재밌었다. 나름 로고도 만들고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도 팠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특별한 마케팅 비용이 필요 없었다. 여태 잘 키워놓은 브런치에 미스터플루언씨 1기 모집글을 올렸다.


1.png 힘들었지만 재미났던 1기 모집과 운영, 미스터플루언씨, 1인창업


1달 기준 25,000원으로 책정했는데 총 100명이 지원했었다. 이 1달 동안 잠을 별로 못 잤다. 학교에 기존 수업만 하더라도 벅찼는데 100명을 매일 보려니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음 달에 10만원으로 올렸는데 25명이 지원해서 오히려 매출이 늘었다. 시간도 여유로워지니 피드백도 더 자세하게 드릴 수 있었다. 또 하나 직접 경험했다. 가격은 이렇게 정해지는구나.


서비스가 안정화되자 본격적으로 수강생을 늘렸다. CH님과 상의하에 디자이너, 보조 튜터님 각각 한분씩 섭외했다. 캐릭터도 새로 만들고 스마트스토어도 오픈했다. 그리고 난생처음으로 유료 마케팅도 돌려봤다. 운 좋게 하는 광고마다 결과가 좋아서 수강생이 마구 늘어갔다. 어느 날은 피드백만 주다가 하루가 다 가기도 했다.


2.png 탈잉 외에도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계좌 이체등으로 결제가 들어왔다, 청년창업


그 결과 탈잉에서 최고 매출상을 받을 만큼 매출이 늘었다. 가장 많았을 때는 한 달에 200명까지도 관리했었다. 오프라인 대비 수익 효율이 좋다 보니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원데이 클래스, 정규 수업은 점차 줄여나갔다. 계속 알려지다 보니 여기저기서 제안이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우리 일도 바빠서 대부분 수락하지는 못했었다.



매출 = 250 (원데이) + 50 (정규 스터디) + 1500 (온라인 영어) = 1800

비용 = 50 (스터디룸 + 수수료) + 400 (광고비) + 350 (인건비) = 800

수익 1000만원



5. 심화기

경쟁자는 언젠가 등장

비교적 쉽게 초반에 사업을 키울 수 있었던 이유는 직접적인 경쟁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흔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영어회화 학습법을 주제로 한 강의가 없었으며 카톡으로 진행하는 온라인 영어도 없었다. (최소한 찾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슬슬 경쟁 수업이 하나둘 생기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뒤집어졌다.


pexels-monstera-7114346.jpg 수업 반려당하다ㅠㅠ, 창업종류


재밌는 이야기 하나! 내 수업 수강생이 나중에 경쟁 관계로 수업을 오픈하는 경우가 있다. 수업 후 개인적으로 커피를 마셨던 분도 계셨는데 지금은 나보다 수강생이 더 많은 경쟁자가 되었다. (궁금해서 수업 신청을 했는데 경쟁자라 하여 거절하셨었다)


지금 남 욕하는 걸까? 절대 아니다. 난 오히려 고맙다. 왜냐하면, 경쟁자들이 커가는 걸 보면서 스스로를 다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전에는 솔직히 강의 업데이트도 별로 안 했었다. 독주 체제이니 어차피 수강생이 올 거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쟁자 등장 후에 강의장 온도까지 체크하는 나를 발견하고 다행이다 싶었다. 이래서 자본주의 자본주의 하는구나 하고 뼈저리게 느꼈다.


동시에 사업을 장기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당장 돈이 되는 일보다는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의 분량을 조금씩 늘려갔다. 먼저 브런치 외에 SNS 채널을 더 팠다. 유튜브, 네이버, 티스토리 블로그, 인스타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모두 단기적 수익을 가져다주지 않지만 키우는 만큼 사업 안정성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4.JPG 올린 영상수만 200개라는 유튜브 채널, 국내파영어회화, 무자본창업


유튜브 하면 광고 수익부터 떠오른다. 그러나 나처럼 본인의 상품과 서비스가 있다면 광고 수익이 0원이더라도 구독자 10명이면 10명, 100명이면 100명인 데로 광고 효과다. 원래 돈 내고 유료 마케팅할걸 무료로, 그것도 아주 나에게 관심 많은 사람들에게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SNS가 커질수록 제안도 많이 들어온다. 구독자가 4,000명임에도 이미 유튜브를 통해 파*다 등 어학원 강사 제안, 인강 촬영 제안, 광고 제안 등이 많이 들어왔다. 그리고 추후에 말할 도서 출판 관련해서도 제안은 대부분 브런치, 유튜브를 타고 들어왔었다. 나는 도대체 누가 책을 내고 인강을 찍나 했는데 그렇게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이에 따라 기존에 진행하던 온, 오프라인 수업을 모두 줄였다. 지금 당장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가급적이면 이럴 때 장기 투자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매출 = 100 (원데이) + 400 (온라인 영어) = 500

비용 = 0원 (다시 혼자 일하기 시작했고, 원데이클래스는 녹화본으로 대체해서 스터디룸비도 X)

수익 500만원



6. 발전기

10년, 20년 내다보고 사업하기

지금까지 시기이다. 채널을 더 확장하고 내 콘텐츠를 알리는데 집중하고 있는 시기다. 협업도 많이 하고 있다. 먼저, 토마토 출판사를 통해 <영어회화 한국에서도 되던데요?>를 출판했다. 이전에도 브런치를 통해 출판 제의를 몇 번 받았는데 바빠서 못하고 있다가 훌륭한 편집자분을 만나서 바로 시작했었다.


5.png 브런치를 통해 출판 제안이 들어왔다, 창업아이디어


인연은 인연을 낳는다고 이 편집자분을 통해서 퍼블리는 곳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못다 한 내용을 담고자 퍼블리에서 <퇴근 후 내방에서 영어 회화 박살내기>를 연재했다. 첫 책 쓰는데 못해도 6개월은 걸렸는데 이번 꺼는 2주도 안돼서 다 썼었다.


왜냐하면, 출간하면서 글쓰기뿐만 아니라 출판에 대한 책도 보고 강의도 들으면서 공부했었기 때문이다. 다른 일도 그렇겠지만 지금 당장 돈이 급하지 않다면 돈보다는 이런 성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창업은 내가 원하는 일을 골라서 시작하고 배울 수 있기에 더욱 그렇다.


나아가, 사이클과 손잡고 <일상 영어 스피치 1:1 프로젝트> 인강도 찍었다. 유튜브 영상을 보고 제안했다고 한다. 살면서 인강도 찍어보고 정말 재밌었다. 개인이 아닌 이러한 교육 업체는 어떻게 기획하고 출시하는지 과정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서 <국내파 영어회화 독학법> 전자책을 출시했다. 이전에 토마토 출판사, 퍼블리와 함께한 출판 경험 덕택에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할 수 있었다.


6.png 태어나서 인강도 다 찍어봅니다..., 청년사업


도서, 퍼블리, 인강, 전자책 모두 다각화된 수익을 가져다 준다는 점에서 일종의 안정장치다. 일단 한 번 만들어 놓으면 계속해서 적든 크든 자동으로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원데이 클래스가 망하더라도 다른 수입원이 있기에 괜찮다. 또한 이러한 안정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 부문을 더 적극적으로 밀어붙일 수도 있다. 수익이 안나도 괜찮다.


나도 과거에 사업은 불안정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건 정해진 답이 아니다. 자신이 위험을 감수하고 공격적으로 키우는가 아니면 보수적으로 조금씩 성장하는 쪽을 택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내가 만약 전자를 택했다면 SNS 운영이나 책 집필 대신 광고 비용을 늘리고 보조 튜터를 더 뽑았을 것이다. 월 매출 1,700만원 나왔을 때처럼 말이다. 더 공격적으로 한다면 대출까지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길게 보고 안전하게 가고 싶다. 그래서 마케팅 비용 0원, 외주 0원을 목표로 하고 수입원도 다각화해온 것이다. 유튜브는 기껏해야 월 광고 수익이 5만원 될까 말까지만 미래를 보고 꽤 많은 시간 투자를 하고 있다.


매출 = 300 (온라인 영어) + 50 (자동화 수익 = 원데이클래스 녹화본, 인강, 출판인세, 전자책, 퍼블리 등)

비용 = 0원

수익 350만원



7. 현재~

그렇게 어느덧 영어교육 창업한 지 4년이 다돼가고 있다. 최근에는 자체 사이트 <영어회화 헬스장>을 만들어서 키우고 있다. 여기저기 분산돼있는 수업 및 콘텐츠를 한 곳에 모으고 있다. 탈잉, 브런치, 유튜브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직접 검색어를 입력해 들어오는 자연 유입을 늘리는 게 목적이다. 예컨대, 나를 모르는 사람이 구글에 '영어회화'를 검색해서 내 사이트를 마주하게 하는 일이다.


8.JPG 자체 사이트 영어회화 헬스장, 영어회화혼자공부


그리고 영어회화와는 완전 별개로 창업, 프리랜서, 사업에 관한 나의 경험도 정리해보고 있다. 언젠가 꼭 해보고 싶었는데 10월 중순에 있을 외부 초청 강의를 준비하는 김에 시간 내서 하고 있다. 수입원 다각화 목적도 있지만 새로운 일이라 역시나 그냥 재밌어서가 가장 크다.


요새 업무는 다음과 같이 나뉜다.


30% 온라인 영어회화

20% <보통 사람의 보통 창업> 집필

30% 영어 콘텐츠 제작 : 브런치 & 블로그 & 유튜브

20% 자체 사이트 관리

*%는 전체 시간의 비중


온라인 영어회화 30%만 직접적인 월수입과 이어지고 나머지는 모두 미래 투자다. 참고로 원데이 클래스는 녹화본으로 대체해 자동화 수입원으로 만들었다. 종이책, 전자책, 인강, 퍼블리 연재 모두 월 또는 분기별로 자동화 수입이 들어오고 있다.






5년 후, 10년 후 계획은 아직 모른다. 솔직히 1년 앞도 못 내다보겠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으나 지금 하고 있는 일도 바쁘다. <보통 사람의 보통 창업> 관련만 해도 집필 말고 할게 많다. 브런치, 외부 강의 외에 어디다가 또 알릴지, 수익화할 방법은 없는지, 유튜브로 어떻게 풀어낼 건지, TV 프로그램 <오늘도 출근>에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도서 출판까지 고려할지 등등 끝이 없다. 재밌겠다.


그럼에도 창업 이전부터 변치 않고 지녀온 목표가 있다. 바로 영어 교육 정상화다. 무료로 원데이 클래스를 했던 이유 말이다. 정말이지 초중고 12년 동안 그렇게 영어공부를 하는데도 정작 말 한마디 못하는 현실이 너무 답답하다. 외국어 학습의 본질은 의사소통이라고 생각한다면, 낭비도 이런 낭비가 없다.


가끔가다 규모적으로 큰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내 일이 작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내가 겪어왔던 영어 공교육, 사교육 문제를 생각하면 최소한 나에게는 내 일이 가장 큰일이고 필요한 일임을 상기한다. 새로운 부업은 할지언정 영어교육 사업은 평생 하지 않을까 하는 이유다.


좀 있어 보이게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실제로 유튜브 영상마다 달려있는 문구이기도 하다.


공교육을 마치면 누구나 영어로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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