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이 퇴근하면 차근차근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다.
그런데 우선 이전 글에서 말했듯이 '나는 이번 달에 분명히 생리를 했는데..?'
착상혈이었다.
3일간 지속되어 아 이번에는 생리를 좀 짧게 하려나 보다 싶었는데 그게 착상혈이었다.
'3일이나 피가 비치는 게 정상적인가..?'
신경 쓰고 조심할 필요는 있으나 5일 이상 지속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내심 너무나 다행스럽고 안심이 되었다.
퇴근한 남편이 걱정되는 마음을 한가득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서로 마주 앉아 꺼낸 이야기와 할 수 있는 생각은 정말 "우리 이제 어떡하지?" 뿐이었다.
누군가는 이 상황이 그저 축복이고 감사한 일인데 뭐가 그리 불안하고 걱정이 많은 거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부부의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면,
주변에 비슷한 나이대의 다른 부부들에 비해 모아놓은 돈도 별로 없이 직장 근처에 월세로 10평대의 작은 신혼집을 구하고, 양가의 도움을 조금씩 받아 결혼식을 준비 중이었다.
게다가 남편은 지난 학기에 막 석사과정을 마쳤고, 나는 이전 글에서 말했듯이 3학기나 해야 할 공부가 더 남아있는 상황이다.
그래도 남편은 커리어를 안정적으로 쌓아가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학부를 졸업하고 전공을 한번 크게 바꾸면서 커리어도 안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앞으로의 내 학비, 아직도 갚고 있는 학자금 대출, 안정되지 않은 주거 상황과 커리어 등 이 모든 것들이 축복이 찾아온 기쁨과는 별개로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남편은 현실적인 상황들을 고려하여 태어날 한 생명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 임신 유지가 과연 우리 모두에게 옳은 것인지, 우리의 대책 없는 욕심은 아닌지 고민해 보자고 했다.
머리로는 남편의 말이 모두 이해되었고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남편도 아이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고민해 보자는 게 아니라, 우리가 지금 태어날 한 생명을 정말로 잘 책임질 수 있는 상황인지 고려해 보자는 뜻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은 조금 달랐던 것 같다.
어떻게든 이 아이를 잘 지켜내고 건강하게 낳아서 잘 키워야 한다고 마음속에서 크게 외치는 것 같았다.
나도 이런 기분은 당연히 처음 느껴보는 것이었고 불안한 마음속 정해진 게 없는 상황은 나를 더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지게 했다.
안되겠다. 고민 중인 남편에게 내 마음을 말해주고 설득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