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함께 다시 한번 병원에 갔다.
어느덧 7주차에 접어들었고, 우리의 상황을 이야기하니 병원에서 신랑에게 굳이 심장소리는 들려주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도 감사한 부분은 의사선생님께서 직접적으로 말씀하시진 않았지만 내 학업 상황이 어떤지, 휴학을 더 길게 하는 건 절대 안 되는 상황인지 등을 꼼꼼하게 물어봐 주시면서 긍정적인 쪽으로 임신을 유지하길 권해주셨다는 것이다.
남편도 우릴 닮은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만큼은 정말 굴뚝같다고 했다.
사실 우리 남편은 1년 가까이 우울증을 치료하며 항우울제와 항불안제 등을 복용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편은 내가 느끼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게 더 큰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다.
또 남편은 자신의 약 복용이 임신 과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진 않았을까,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도 본인의 우울증 때문에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주진 않을까 하는 걱정을 걱정을 했다.
우선 의사선생님께서 약 복용이 임신 과정에 미친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고, 우리 남편은 내가 옆에서 보기에 너무 대견하고 동시에 존경스러울 정도로 성실하게 우울증 치료에 임하며 잘 극복해나가고 있다.
남편과 나의 불안도가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그만큼 서로 도우며 아이를 만날 준비를 한다면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다고 생각했다.
나의 학업과 일에 대한 걱정도 마찬가지이다. 학업은 의지가 있다면 어떻게든 천천히 해내면 된다.
설령 육아로 인해 생각보다 오랜 시간 학업을 중단하거나 포기하게 된다 해도 상관없었다.
아이와 견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안정되지 않은 커리어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이다.
물론 사람마다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커리어 또한 학업과 마찬가지로 어떻게든 천천히 해내면 된다고 생각했다.
우리 부부는 맞벌이가 필수인 상황이기에, 나 또한 공백기가 두렵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꼭 내가 꿈꾸는 커리어가 아니더라도 무슨 일이든 하면서 보람을 찾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내 생각들을 남편에게 모두 이야기했다.
내 생각들이 너무 무모하게 느껴지고 부담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남편은 오히려 이런 내 굳건한 마음이 고맙다고 말해주었다.
너무 소중하지만 불안하고 걱정되는 마음에 고민의 늪에 빠졌던 자신에게 확신을 주어 고맙다고.
남편은 사실 임신 소식을 알게 된 후 거의 일주일간 잠을 자지 못했다.
처음에는 가장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에게서 마냥 축하를 받지는 못하는 상황이 조금 서운했지만 남편의 지나온 삶과 불안, 그리고 아픔을 알기에 당연히 혼란스러울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남편에게 내 굳건한 마음이 고맙다는 대답을 들으니, 나의 진심이 남편의 고민을 덜고 마음의 문을 열었다고 느껴져 더 큰 기쁨이었다.
그렇게 나는 엄마가 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