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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팽이흔적 Snail Trail Apr 11. 2024

우리 이제 어떡하지?

병원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이 퇴근하면 차근차근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다.


그런데 우선 이전 글에서 말했듯이 '나는 이번 달에 분명히 생리를 했는데..?'

착상혈이었다. 

3일간 지속되어 아 이번에는 생리를 좀 짧게 하려나 보다 싶었는데 그게 착상혈이었다.


'3일이나 피가 비치는 게 정상적인가..?' 

신경 쓰고 조심할 필요는 있으나 5일 이상 지속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내심 너무나 다행스럽고 안심이 되었다.


퇴근한 남편이 걱정되는 마음을 한가득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서로 마주 앉아 꺼낸 이야기와 할 수 있는 생각은 정말 "우리 이제 어떡하지?" 뿐이었다.


누군가는 이 상황이 그저 축복이고 감사한 일인데 뭐가 그리 불안하고 걱정이 많은 거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부부의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면,

주변에 비슷한 나이대의 다른 부부들에 비해 모아놓은 돈도 별로 없이 직장 근처에 월세로 10평대의 작은 신혼집을 구하고, 양가의 도움을 조금씩 받아 결혼식을 준비 중이었다.

게다가 남편은 지난 학기에 막 석사과정을 마쳤고, 나는 이전 글에서 말했듯이 3학기나 해야 할 공부가 더 남아있는 상황이다. 

그래도 남편은 커리어를 안정적으로 쌓아가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학부를 졸업하고 전공을 한번 크게 바꾸면서 커리어도 안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앞으로의 내 학비, 아직도 갚고 있는 학자금 대출, 안정되지 않은 주거 상황과 커리어 등 이 모든 것들이 축복이 찾아온 기쁨과는 별개로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남편은 현실적인 상황들을 고려하여 태어날 한 생명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 임신 유지가 과연 우리 모두에게 옳은 것인지, 우리의 대책 없는 욕심은 아닌지 고민해 보자고 했다.



머리로는 남편의 말이 모두 이해되었고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남편도 아이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고민해 보자는 아니라, 우리가 지금 태어날 생명을 정말로 잘 책임질 있는 상황인지 고려해 보자는 뜻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은 조금 달랐던 것 같다. 

어떻게든 이 아이를 잘 지켜내고 건강하게 낳아서 잘 키워야 한다고 마음속에서 크게 외치는 것 같았다.


나도 이런 기분은 당연히 처음 느껴보는 것이었고 불안한 마음속 정해진 게 없는 상황은 나를 더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지게 했다.


안되겠다. 고민 중인 남편에게 내 마음을 말해주고 설득해야겠다.

이전 01화 속이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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