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와서부터 겪게 되는 일이 있다.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건다.
용건이 기가 막히다.
내 옷이 예쁘다며 어디서 샀냐고 묻는다.
십 년 넘은 다 늘어진 가디건을 보고 그럴 땐
갑자기 내적 친밀감이 생긴다.
지금 버려도 전혀 이상할 일 없을 정도로 삭았다.
구멍 난 곳이 더 커지지 않을까 늘 조마조마한다.
그 안에서 특별함을 발견해 버리는 당신과
커피 한잔이라도 하고 싶을 정도다.
오늘은 남편이랑 점심을 먹는데 또 그런 일이 생겼다.
나는 늘 그렇듯이 “사실은 한국에서 샀어요”라며 대답했다.
스몰토크 쭈구리는 미국인이 좋아하는 ‘액츄얼리~’에 힘을 주면서 뿌듯해했다.
그러자 남편이
“그냥 벗어 준다고 해야지”
“으하하하”
그 순간 내 일상에 msg가 샤르르 뿌려지는 듯했다.
별거 아닌 한마디에 살아갈 맛이 난다.
‘내가 너 벗어줄게’
내입에 착 붙게 하루 종일 연습했다.
“아윌 테이킷 오프 포유”
자다가도 툭 치면 바로 튀어나올 정도로 준비했다.
남의 나라에서 이런 말을 연습하는 나 자신이 너무 웃기지만
동시에 설레기도 한다.
내가 그렇게 대답하면 당신은 어떻게 웃을지.
나의 스몰토크 노잼 시대 이젠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