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사람들 살아갈 사람들
동대구로 향한다. 어젯밤은 잠이 오지 않았다. 약이 효과가 없었다. 오랜 시간 버스를 타고 가야 해서 긴장을 했나 보다. 재택일도 해야 했기 때문에 더 긴장했던 거 같다. 11시 반쯤 잠이 든 것 같은데 정확하지 않다. 약을 먹으면 어느샌가 잠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침대에 누우러 간 순간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씻고 머리를 말리며 핸드폰을 확인하고 잠시 노트북을 켰던 거 같은데 그 후에 기억이 없다. 그러다 눈을 뜨니 1시였다. 요즘은 6시에서 7시쯤에는 저절로 눈이 떠진다. 개운하게 일어난 다기보다는 그냥 눈이 떠졌으니 일어난다. 이것 또한 많은 변화 중 하나이다. 그전에는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 반쯤 감 긴 눈으로 컴퓨터를 켜거나 식물들을 보러 간다. 다시 잠을 청한다. 8시 50분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최소한 6시에 일어나 재택일을 빠르게 마무리하고 출발해야 한다. 다시 눈이 떠져 시계를 보니 5시다. 한 시간도 놓칠 수 없다. 에너지를 보존해야 한다. 좀 더 자자. 억지로 눈을 감는다. 6시 반에 눈이 떠졌다. 컴퓨터를 켜고 일을 마무리한다. 재택근무가 좋은 점은 출퇴근의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는 건데 그게 진짜 아끼는 건지는 모르겠다. 에너지는 움직이면서도 생기기 때문이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운동을 할 에너지가 없다고 중얼거리지만 막상 운동을 하면 에너지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채워지는 것처럼... 대구에는 수키가 있다. 9년 전 네팔에서 만난 수키, 네팔에서 3달을 지냈었다. 아무한테도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사실 네팔에 죽으려고 갔었다. 살고 싶지 않아서 간 네팔에서 만난 인연들 덕분에 난 아직 살아있다. 히말라야에 오를 생각도 없었는데 거기에서 사고라도 당하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올라갔다. 그러면서도 고산병에 안 걸리려고 공부를 열심히 한 스스로가 웃기다. 그러니 죽기 위해 네팔에 갔고 죽기 위해 히말라야에 올랐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그냥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었다는 것이 진실일 것이다. 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퍼밋을 받아야 했다. 받으러 간 센터에서 수키를 만났다. 긴 곱슬머리에 히피스타일의 자유로운 영혼의 수키에게서는 어떤 아우라가 느껴졌다. 어쩌면 내가 바라는 삶을 살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의 사람이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혼자 여행하는 한국 여자를 보니 너무 반가워서 인사를 했다. 그렇게 함께 밥을 먹으며 대화를 나눴다. 인도를 여행하고 육로로 네팔에 들어온 대단한 여자였다. 그 당시 인도를 가보지 않은 나는 인도여행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새로 처방받은 약이 그런 건지 자꾸 이마가 가렵다. 자꾸 긁어서 곧 상처가 생길 것 같다. 배도 자주 아프다. 오늘 아침에는 갑자기 일어나다가 혈압이 터지는 느낌이 들었다. 30분 정도 지나니 안정이 되기는 했다. 평소에 약을 안 먹던 사람이라서 기민하게 반응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다시 수키이야기로, 수키가 히말라야에 같이 오르자고 했다. 미안하지만 같이 가고 싶지 않았다. 난 사고를 당해야 했고, 주변에 아무도 없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르는 산의 숲 한가운데 오로지 혼자 있고 싶었다. 다행히도? 수키는 출발하는 날 함께 하지 못했고 결국 나도 사고 없이 살아서 내려왔다. 부서지는 무릎과 올라가고야 말겠다는 의지, 숲 한가운데 자유로움을 마음껏 누리고 눈 속에 고립되어 죽을 뻔했지만 어쩐지 나는 죽고 싶지 않았다. 죽을 환경이 되니 살려는 의지가 살아났다. 죽고자 하는 나를 저 뒤편으로 밀치고 살려는 내가 나를 그 눈 속에서 고립의 상태에서 기어코 끄집어내어 살렸다. 그때 죽었어야 했을까? 어쩌면 여행을 가는 이유는 살고자 하는 의지를 보고 싶어서 인지도 모르겠다.,수키를 만나러 대구에 간다. 사업이 힘들어지며 멈춰야 함을 감지했지만 멈출 수 없었을 때 멈추지 않기로 스스로에게 약속을 하며 시작을 하였으므로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곧 다시 일어설 거니까 두렵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절박했다. 그때 유일하게 아무 말 없이 도와준 게 수키이다. 수키는 그런 사람이다. 난 수키에게 평생 고마움을 잊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수키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대구에 왔다. 버스는 편안했지만 불편했다. 3시간 40분 동안 잠을 잘 계획이었는데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도착 1시간 전에 잠깐 깊은 잠에 들었던 거 같다.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2시간이나 일찍 왔다. 커피를 마시며 기다린다.
살아갈 사람들 살아있는 사람들
지연이는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모든 조문객을 통틀어 제일 먼저와 준 친구이다. 아직도 그 고마움을 잊지 못한다. 결혼식 때는 코로나를 뚫고 멀리까지 와주었다. 정말 감사하다. 네팔 포카라에서 히말라야에 오를 준비를 하려고 길을 걷고 있을 때였다. 누가 갑자기 한국말로 말을 걸었다. 그게 지연이였다. 지연이와는 첫 만남에 술을 마셨다. 둘 다 감기기운이 있었는데 그때 감기에 좋은 술을 추천받아서 마셨다. 그 술이름은 기억이 안 나지만 지연이와의 만남은 유쾌했다. 지연이는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밝은 에너지를 주변으로 퍼트리는 사람 그런 지연이가 경이롭게 느껴졌다. 난 평생을 노력해도 지연이처럼은 되지 못할 것이다. 지연이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지연이와 인연이 되고 수키까지 만나서 우리는 포카라 한국여자 삼총사가 되었다. 9년의 세월 동안 아직도 연락을 하고 지낸다. 인연이다. 네팔에서 만난 인연은 수키와 지연이만이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살아있는 사람들 살아갈 사람들 죽음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경이로운 사람들 그들을 생각한다. 더 끄집어 내자 머릿속에서 그들을 소환하자, 그들의 살아 숨 쉼을 생각하자. 살아가자 그들처럼, 살아가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쉽고 당연한 것이다. 너무나 쉽고 당연한 것을 너무나 쉽고 당연한 것처럼 행하자. 살려고 하자 죽으려고 하지 말고, 살려고 하자. 히말라야 데우랄리에서 살려고 악을 쓰고 애쓴 것처럼 애써보자. 나약한 소리는 그만하자. 제발 힘을 내보자 제발 죽기로 결심하지 말고 살려고 결심하자. 우울증인 것이 조울증인 것이 부끄럽다. 오늘도 열심히 살아내는 사람들이 있는데 자기 몫을 해내고 있는데 혼자 멈춰있는 것 같아 미안하다. 묵묵히 그렇게 인간으로 태어났으면 인간으로 살아가자 그들처럼
아무렇지 않게 당연하게 살아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