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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의 매력을 알려주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

by 코코

몇 주 전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책에 대해 써놓고는 히가시노 게이고라고 써서 당황했던 적이 있다. 이름도 성도 다른데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한 건지 나 스스로가 이해되지 않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도 내가 좋아하는 작가라는 건 틀림없다.


셜록 홈즈를 통해 추리 소설에 푹 빠졌다면 히가시노 게이고를 통해 고전물에서 현대물로 넘어갈 수 있었다.

그동안 읽었던 현대 추리 소설들은 등장인물이나 추리 과정에서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승전홈즈이다 보니 점점 새로운 추리 소설을 탐독하는 재미보다 '미처 읽지 못한 셜록 홈즈 시리즈'를 찾아보거나 손에 잡히는 대로 집에 있는 홈즈의 사건들을 반복해서 보는 게 더 재미있었다. 그나마 현대물을 꼽자면 만화 '명탐정 코난' 정도?


그러던 내가 히가시노 게이고를 알게 되었던 건 수능이 끝난 직후였다. 같은 반 친구들이 재미있다고 돌려 읽던 책이라 기심에 그 대열에 합류했는데 몇 장 읽자마자 추리소설이라는 걸 직감했다.


일본 추리 소설을 접한 건 처음이었지만 서 말한 '명탐정 코난' 극장판 시리즈 덕분인지 생소한 일본인들의 이름이 성과 이름으로 번갈아가며 나와도 별로 헷갈리지 않았다(물론 해리포터 시리즈가 가장 큰 역할을 했겠지만).


생각보다 이야기는 지루하지 않고 흘러갔다. 주인공이 추리를 풀어나가는 것도 셜록 홈즈처럼 비밀스럽고 지적이었다. 나름 만족스러웠다. 단숨에 읽은 소설은 끝을 향했고 궁금했던 것들이 뻥 뚫리며 마무리가 될 즈음이었다. 그런데 나는 마지막 내용을 보며 순간 강렬하고 묵직한 무언가를 느끼고야 말았다.


다 해결된 줄 알았는데 또 다른 반전이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마음을 울리는 감동까지 선사했다. 단순한 권선징악의 메시지라기보단 내가 직접 살아가고 있는 사회 속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해 봤을 법한 메시지였기에 식상하지 않았다. 영화, 만화, 책 등 다양한 장르의 추리물을 접했지만 이런 경우는 난생처음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 후 대학생이 된 나는 본격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들을 섭렵하기 시작했고 언제나 그 결과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추리 소설의 가장 큰 묘미를 '반전'으로 꼽는 나에게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은 그 어느 것 하나 실망스럽지 않게 여러 반전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또한 반전에 이은 반전이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 또한 읽고 난 후의 만족감을 유지시켜 주었다. 마지막 장까지 읽기 전에는 방심해서 안된다는 룰이 매번 나를 설레게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히가시노 게이고는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는 작가였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 중에는 사회 문제를 녹여낸 경우가 많았다. 보면 볼수록 매력이 넘치는 작가와 작품이 아닐 수 없다. 그로 인해 반전 스릴러 영화에도 빠지게 되었으니 '반전'의 묘미를 제대로 한 번 느끼고 싶다면 꼭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접해 보시길 바란다.


*참고로 제가 맨 처음 접했던, 수능 끝난 직후 친구들의 추천을 받아 읽었던 책은 바로 '붉은 손가락'입니다.

제목과 책표지를 보시면 분명 여러 생각이 드시겠죠. '그것이 알고 싶다'나 '용감한 형사들'(추리소설을 좋아하시면 이런 프로그램 또한 좋아할 확률이 우선 반 이상이니...)을 즐겨 보셨다면 바로 머릿속에서 몇 가지 사건들이 떠올리실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꼭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지 않으셔야 합니다.

이 책을 읽어 보신 분들은 제 말이 무슨 말인지 아시고 무릎을 '탁' 치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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