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주는 위로
나는 조안나 작가의 '나의 다정한 그림들'에 푹 빠진 채 2024년 연말을 보냈다. 그런 내가 2025년 연초에 태수 작가의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에 빠져버렸다.
작가는 내 머릿속에 한번 왔다 간 것인가, 아니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인 것인가? 어쩜 이리도 내 마음과 생각을 잘 아는지 마치 생각의 도플갱어를 만난 것 마냥 마음이 콩닥콩닥 뛰었다. 그리고 통쾌하게 말하는 부분에서는 마치 상담자로부터 답답했던 내 마음을 뚫어뻥으로 뚫어내려고 최선을 다해 주시는 것만 같았다.
읽다 보니 나와 동년배였던 작가, 그래서인지 내가 겪었던 유년시절, 청소년기, 사회생활 초년생의 모습들이 그의 삶 속에도 녹여져 있었다. 그래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그래도 작가는 이렇게 생각하고 그 상황을 보냈구나, 버텼구나, 이렇게 다른 이들을 위로해 주고 있구나. 정말 멋지다. 정말 감사하네.
책을 읽다 보면 우연히 만난 구절이 내 마음을 다독일 때가 있다. 정말 이상하게 꼭 나에게 맞게 구구절절 적어 내려 간 글을 보며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뜨끔하다. 그러나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더욱더 적극적으로 읽어나간다. 말을 놓칠까 봐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고 잠시 생각에 잠겨도 좋다. 책은 늘 나를 기다려주니까. 북러버의 온전한 특권 중 하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작가도 나와 같은 생각이라는 생각에 든든해진다. '시절 인연'이라는 말이 담담해지는 나이가 되다 보니 현재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요즘, 얼굴도 모르고 말 한마디 나눠본 적 없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통해 한 명 더 나를 지지해 준다는 생각에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 폭발한다.
올해도 나와 함께할 문장들이 기대된다. 욕심부리면 체할까 싶어 천천히 하나씩 만나 볼 생각이다. 경제도 어렵고 여러 일들로 복잡하게 돌아가는 2025년의 시작 속에서 많은 분들이 책을 통해 위로받고 힘을 얻을 수 있기를, 꼭 그러한 책들을 만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