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킷리스트 작성하기
책들과 함께 맞이하는 새해
연말이 되면 한 해 함께 했던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마무리를 짓고 새로운 다이어리와 함께 내년 계획을 세운다. 만약 당신이 북러버라면 내년에 읽을 책들에 대한 목록을 세워보지 않을까?
우연찮게 최근 조안나 작가의 '월요일의 문장들'을 읽었다. 최신작 '나의 다정한 그림들'을 접하다 푹 빠져버려 몇 달째 작가의 책을 찾아다니며 허우적거리는 행복을 만끽하는 중이다. '월요일의 문장들'에서는 작가가 읽었던 책들이 챕터별로 나오는데 다른 사람들의 독서록이나 북킷리스트를 보는 활동이 나의 북러버 지수를 높이는 데 일조한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나보다 더 열정적으로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고 롤모델로 삼은 임경선 작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작품 '어디까지나 개인적인'을 통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유년시절부터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기까지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역시 내가 좋아할 수밖에 없었어!'라는 확신을 한 층 한 층 더 쌓아 올렸던 책이었다.
SNS에서는 빅데이터가 열심히 일해준 덕분에 애쓰지 않아도 신작 소식들이 속속 들어오는데 최근 건강한 식사에 관심이 생기다 보니 식단 관련 책의 서평단 소식까지 접했다. 24일까지 댓글로 신청을 받는다고 해서 머리를 열심히 굴리며 신청 댓글을 남겼는데 최후의 10인에 뽑힌다면 꼭 후기를 남기도록 하겠다.
나는 작정하고 몇 권의 책을 읽겠다는 다짐과 함께 북킷리스트를 작성하기보단 그때그때 읽고 싶은 책의 목록을 적어나가며 책을 읽는다. J인 것 같은데도 늘 MBTI 검사에서 만큼은 일관적으로 나오는 P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나의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일상 속에서 읽고 싶은 책들을 만나는 건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삶에서 설레고 재미있는 사건이다.
또한 어디서 추천한 책의 목록을 그대로 끌어다 쓰지 않는다. 아무리 베스트셀러라도 해도 내 마음이 동요되지 않으면 그냥 출판된 책일 뿐이다. 북러버가 이래도 되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나 같이 청개구리 같은 북러버들이 꽤 많다. 설령 나 혼자만 그런다고 해서 마음 바뀔 나도 아니지만.
이제 정말 24년의 끝을 달리고 있다. 한 살 더 먹지만 더불어 성숙함도 자라니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슬프지는 않다. 다만 주름과 기미 잡티가 눈에 띄게 되면서 신체에 대한 노화는 영 달갑지가 않고 신경이 쓰였는데 최근 영화 '서브스턴스'를 보고 나니 싹 사라져 버렸다. 그래도 늘 맘 편히 글을 읽고 쓸 수 있도록 렌즈와 안경으로 버텨내는 내 두 눈과 손가락의 신경만큼은 천천히 늙어가길 바라본다.
* 영화 '서브스턴스'는 생각지도 못한 내용으로 '나이 듦'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말하고자 하는 바가 시각화되는 과정에서 엄청난 충격적일 수 있으니 보시려거든 충분히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어느 정도 알고 간 저도 중간중간 눈을 감고 귀를 막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결코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은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