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킷리스트 작성하기 편'에서 임경선 작가의 책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에 관한 책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라고 적어놨더군요. 화들짝 놀라 수정했습니다. 많진 않지만.. 그 글을 읽으신 분들께 알려드립니다. 사실 제가 '히가시노 게이고'도 좋아합니다. 그래도 하지 말아야 할 실수를 저질러버렸습니다. 제 글을 당연히 읽지 않으셨겠지만 임경선 작가께도 죄송한 마음입니다.*
SNS에서 봐 보기만 했던 LP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카페에 동생과 함께 방문했다. 알고 보니 동생도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자차 없는 뚜벅이인 내가 찾아가기에는 조금 복잡한 곳에 있어서 '언젠간 가볼 곳'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차가 있는 동생 덕에 좀 더 빨리 가게 되었다.
그곳은 예상했던 대로 복잡한 길목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누가 봐도 눈길이 가는 문으로 된 카페였다. 대부분의 카페가 안이 훤히 보이는 유리문이라는 점에서 중세 시대 문처럼 묵직하게 생긴 그 카페의 문은 방문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매우 충분한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동생은 문 닫은 거 아니냐고 내게 물었다).
안으로 들어서니 생소한 LP 판들이 나열된 작지만 꽉 찬 공간이 우리를 반겼다. 주인 사장님의 취향이 확고한 카페였다. '남이 좋아하든 말든 나는 내 갈 길 간다'의 우직한 마음이 느껴져 일차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시그니처 음료와 디저트를 주문하고 LP판을 둘러보던 중 조용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책꽂이가 보였다. 음악과 책 그리고 차의 하모니란 북러버라면 모를 수가 없다. 낯익은 책표지가 보여 들어보니 무라카미 하루키의 대표작 '노르웨이의 숲'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해변의 카프카'와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맞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카피캣의 주인이었지!'
재즈를 사랑해서 재즈바를 열고 묵묵히 자리를 지켰던 하루키를 떠올리자 마치 내가 카피캣에 온 것만 같았다. 다들 LP 음악을 들었지만 나는 하루키의 잡문집을 손에 들고 카페 안을 조용히 둘러보았다. 그리고 말없이 요리하는 하루키를 떠올렸다.
하루키라면 이곳에서 뭘 할지도 생각해 보았다. 과연 그는 글을 쓸까 아니면 번역을 할까? 재즈를 사랑하는 그답게 LP 판을 뒤적이며 한없이 음악만 들을까?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이곳을 무척 좋아할 것이라는 점은 확신한다.
나 역시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 필사를 하면서 차를 마시고 잠시 사색에 잠기다가 멍 때릴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사장님의 목적에는 살짝 빗나갔지만 별로 개의치 않아 하실 것 같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자기 취향이 확고한 사람들은 타인의 취향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사장님은 분명 하루키를 좋아하는 게 틀림없다. 북러버로서 좋아하는 작가가 같은 사람을 만나는 건 아무리 내향인이라도 좋아할 수밖에 없다. 좋아하는 점이 같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고 다르다면 새로운 관점을 알게 되어 신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종종 찾아가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