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여가는 추억들
벽면에 책으로 가득 채운 책장으로 이루어진 공간은 아니지만 유사한 공간으로 만들어보고자 최근 아이 책들을 거실 소파 위에 올려보았다. 널브러진 형태라는 게 더 알맞은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딱딱한 느낌보다는 자유롭고 경쾌하길 바라는 마음과 노는 환경에서 책들도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이 손 끝으로 전해진 덕분이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효과가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아이는 스스로 널브러진 책들 사이에서 원하는 책들을 꺼내 보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내가 읽어준 내용을 따라 말하기도 했다. 아이가 자기 속도로 책의 재미를 알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북러버로서 기뻤다. 내가 느낀 기쁨을 아이에게 전해줄 수 있다는 건 정말 기쁜 일이고 감사한 일이다.
어쩌면 대다수의 북러버 들은 책들을 겹겹이 쌓아놓고 마음 가는 대로 꺼내 읽는 걸 좋아할 것이다. 나 역시도 도서관에 갈 때면 최대한 빌릴 수 있는 책 권수를 꽉 채워서 빌린다. 마치 곳간에 쌀과 각종 먹거리들을 가득 채워두는 것과 유사한 상황이라 볼 수 있다. 원하는 대로 꺼내 먹을 수 있다는 안도감, 여유, 흐뭇함을 느끼는 것처럼 원하는 대로 꺼내 읽을 수 있다는 안도감, 여유, 흐뭇함을 가질 수 있다. 심지어 이건 내 의지로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 땀 한 방울로 충분히 얻어낼 수 있는 쉬운 일이다.
요즘 내 책을 고르는 일과 함께 아이의 책을 고르는 일로 바빠졌다. 아침 밥상에서 뜬금없이 책을 읽어달라는 아이와 씨름하느라 등원 시간이 지체될 때도 있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소소한 책과의 추억들이 생기니 행복하다. 차곡차곡 천천히 책과의 추억들이 쌓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