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전등불을 처음으로 바라본 순간
아이가 부쩍 책 읽기에 흥미를 가지게 되면서부터 도서관을 향하는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이제는 스스로 직접 책을 펼치기도 하고 과자 등 간식과 함께하기도 한다. 스며들듯이 책에 대한 재미를 알아가는 중이다.
며칠 전 아이에게 더 읽고 싶은 책과 그만 읽고 싶은 책을 고르게 한 뒤,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함께 가면 좋겠지만 아직은 뛰놀기 좋아하는 나이인지라 원하지 않는 한 데려갈 생각은 없다. 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풍선처럼 빵빵한 재미를 느낀다면 언젠가는 매일매일 유치원 하원 후 찾아가는 습관이 길들여질 것이라 믿는다.
고심하며 아이가 좋아할 법한 책들을 고른 후 책 소독기로 향했다. 내가 어릴 적엔 이런 게 없었어도 무탈하게 잘 읽고 지냈지만 엄마의 마음으로 바뀌니 발이 저절로 소독기 앞으로 걸어간다. 30초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고개를 까닥거리며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던 그때, 내 눈에 반짝이는 무언가가 보였다.
그것은 도서관 입구를 밝혀주는 전등들이었다. 불이 켜져 있다는 걸 늘 의식하고 있었지만 어떻게 생겼는지 전혀 관심 없던 전등들. 봐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뿐더러 2층으로 된 복층 구조였기 때문에 천장이 높아 시야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정확히 2008년에 개관한 도서관 입구 위에 달려있는 전등을 나는 2026년이 되어서야 우연히 목 스트레칭을 하던 중에 보게 된 것이다.
전등 위에 겹겹이 쌓인 책들, 이렇게 생긴 전등은 난생처음 본 나로서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도서관이 처음 개관했을 때부터 저렇게 있었을 거라고 확신하지 않지만 이제야 보게 된 것이 살짝 후회스러웠다. 이렇게 멋진 전등을 여태 못 보고 스쳐 지나갔던 시간들이 아까웠다.
보이진 않았지만 늘 존재했던 공간을 하염없이 쳐다보다 문득 천장 위에 저렇게 멋진 전등들을 매번 본 사람은 분명 아이들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적으로 키가 큰 엄마와 아빠를 쳐다봤을 아이들의 눈에는 쉽게 들어왔을지도 모른다. 도리어 내가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은 것이다.
아이를 통해 책들과의 만남이 다채로워지고 있다. 아이와 내가 책을 통해 만들어내는 연결고리들이 앞으로도 수없는 별들처럼 반짝반짝 빛나기를 바란다. 새로운 책을 만날 설렘과 함께 천장의 책 등불을 바라볼 앞으로의 도서관 투어가 정말 기대되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