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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케치 Oct 19. 2020

폴 밀그럼, 최선의 배분을 말하다

동시 다중 경매

경제적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하리라


노벨경제는 대한민국 재린이, 주린이, 부린이를 위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가들의 이론을 주식 투자, 부동산 투자 그리고 삶의 투자에 적용한 브런치북입니다. 각자 지닌 삶의 무게로 힘드신 청년 여러분, 본 연재가 그대의 삶과 투자에 좋은 나침반이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건투를 빕니다.



다양한 위원들이 모여 투자 심사를 진행하다 보면 몇 가지 폐단이 있는데요. 첫 번째 학계는 학연을 매우 중요시 여깁니다. 대체로 같은 학교 출신이거나 소속 기관의 제자에게 관대한데요. 요즘 같이 코로나로 비대면 심사를 진행하다 보면 이 같은 성향이 더욱 뚜렷해져 안타깝습니다. 과제의 본질을 봐야 하는데 기업 프로필부터 찾으니 말이죠. 다음으로 산업계나 연구계는 네트워크를 대단히 신경 씁니다. 지인 등 알고 있는 기업이라면 심사에서 애초에 배제되었어야 하는데 말이죠.


이처럼 국가나 지자체가 지원하는 사업 혹은 투자에 있어 미인대회 Beauty Contest 공모전 방식은 잘못된 배분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최근 독감 백신이 대량으로 상온에 노출된 사건 또한 마찬가지겠죠. 청탁 금지법 대상자가 이해관계나 로비에 노출되면 사회에 정의롭지 않는 부정이 많아집니다. 그렇다고 로또 Lottery와 같은 무작위 배분도 정답이 아닌데요. 로또는 당위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경매 Auction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국가나 지자체가 배분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기업 간 자유 경쟁을 촉발시켜 합리적인 가격과 적합한 기업이 선정되도록 유도했죠.


경매 이론

경매는 국가나 지자체 등 판매자와 기업 등의 구매자 수에 따라 그 성격이 달라지는데요. 한 명의 판매자와 여러 구매자가 만나는 것을 순경매, 여러 판매자와 단일 구매자가 거래할 때를 역경매라고 합니다. 여러 판매자와 여러 구매자가가 있는 시장은 이중 경매 성격을 갖고요.


경매 종류

영화나 드라마에서 미술품 경매를 본 적 있으신가요. 경매 진행자가 다수의 구매자에게 가격을 입찰받아 진행하는 모습이요. 경매는 구매자에게 입찰 즉 기회의 자유와 담합 Kartell 방지 효과가 있어 효율적 배분이 가능합니다.


초기 경매는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최초 가격 경매였습니다. 모든 구매자가 판매자에게 동시에 입찰가를 제출하고 가장 높은 가격을 제출한 구매자가 우승자가 되었죠. 그러다 보니 경쟁에서 이긴 기업에게 승자의 저주가 발생하곤 했는데요. 경매에서 이겼다는 것은 역으로 다른 구매자는 자신보다 입찰가를 낮게 선정했다는 뜻으로 다수가 생각하는 가치보다 과하게 입찰해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보완한 경매 이론이 바로 두 번째 가격 경매인데요. 모든 구매자가 동시에 입찰을 제출하는 기존 방식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제출한 입찰자가 이기는 것은 동일하나 입찰가는 두 번째로 높은 가격으로 선정했죠.

그러나 이 또한 입찰가를 서로 공개하지 않는 비공개 경매였는데요. 정보가 공개되지 않으니 구매자가 비용을 부담해서 정보를 획득해야 하기에 라운드마다 입찰가가 낮아지는 경향을 갖게 되었죠. 이러한 하방 위험을 낮추고자 참여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을 고민하다가 승자의 저주를 완화시키고 효율을 높이는 동시 다중 경매가 등장합니다.


동시 다중 경매는 라운드를 개별로 진행하지 않고 동시에 진행하는데요. 이유인즉슨 구매자에게 대체 가능한 수단 즉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자원이 보다 더 효율적으로 배분되기 위함입니다. 예를 들어서 공항 면세점 운용권과 시내 면세점 운용권 두 가지 사업권을 입찰한다고 가정합시다. 한 기업은 공항 면세점과 시내 면세점 둘 다를 필요하고, 다른 기업은 공항 면세점만 원한다면 공항 면세점 운용권 가격만 높아지고 시내 면세점은 입찰 기업이 없어서 결과적으로는 최적 배분에 실패하게 되죠. 반면 시내 면세점만 운영하려는 기업이 있다면 경쟁을 피해 헐값에 사업권을 확보하게 됩니다. 따라서 모든 과정을 공개하고 입찰가를 갱신한다면 시장이 보다 효율적으로 배분되어 구매자가 승자의 저주에 빠지지 않게 됩니다. 혹여나 높은 입찰가를 받아야 사회적으로 더 이익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그 입찰가로 인해 한 기업이 파산한다면 장기적 관점에서 사회에 더 큰 손실입니다. 따라서 차익실현 가능성을 낮추고 적정 가격 선에서 최종 입찰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죠.


2020년 노벨경제학상은 바로 이 동시 다중 경매 이론을 설계한 폴 밀그럼 교수가 수상했습니다. 오늘날 코로나로, 혹은 복지라는 이름하에 많은 국가가 큰 정부를 지향하고 있는데요. 비효율적 투자로 발생할 세수 낭비도 문제지만 시장 개입으로 탄생할 각종 이권이 이해관계자 지인에게 입찰되는 폐단을 먼저 경계하고 미연 방지해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미인대회 공모 방식이 아닌 경매 방식을 도입해 시장에 최적 배분을 맡기라는 노벨의 제안이자 경고 아닐는지요. 후기 정보화 사회가 도래한 오늘날 경제 위기는 시장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경제 정책에서 비롯되니까요.


2020 Nobel Prize, Paul Milgrom, Improvements to auction theory

다음 30회는 "데이비드 카드, 가난해지는 이유를 말하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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