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기본적인 3대 욕구가 거세된 삶 속에서 우울하지 않으면 그게 비정상이다. 산후 우울증은 호르몬의 장난인 데다 이 기본 욕구 결핍으로 인한 당연한 일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비몽사몽 간에 새벽에 눈도 뜨지 못한 상태에서 아가에게 젖을 물리고 있으면 '내가 젖소인가, 사람인가' 헷갈렸다. 창밖의 불빛만 봐도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정상인 상태였을 때 늘 긍정적이고 밝았던 나는 이런 내 모습이 더 적응이 안 되고 무서웠다.
그래서 난 곁에 있는 남편에게 내 상황을 소상히 알렸다. 그리고 밖으로 나갔다. 산책 나가서 햇빛 받고 걸으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남편은 건조기를 사주었다. 빨래 너는 행위만 쑥 빠져나가도 집안일이 절반으로 준 느낌이 들었다. 산후 우울증이 조금씩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그 사이, 내 심신은 조금씩 회복하기 시작했고 아가는 자라 점점 '꼬마 사람'이 되어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힘든 시기를 현명하게 잘 지나왔다. 가장 힘든 건 내 몸뚱이가 내 것이 아닌 삶 그 자체다. '나'는 없고 오로지 '엄마'라는 역할만 덩그러니 남아 나를 짓누르는 시간들. 내가 아니면 정말 아무것도 못하는 이 무력한 존재는 우는 것으로 모든 것을 말한다. 엄마는 그 울음에서 아가의 모든 마음을 알아채야만 하는 막중한 임무 앞에 내쳐진 상황. 모든 신경을 곤두세워 이 작은 아가가 원하는 걸 들어주고 어르고 달래야 한다. 정상일 래야 정상일 수 없는 시간과 상황들이었다.
그 상황과 처지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서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일, 내 기분이 나아질 수 있는 방향을 늘 스스로 결정하고 그렇게 해 왔다. 가장 힘든 시기는 지난 듯하다. 내 몸과 마음을 나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게 좋다. 힘든 시기를 지나고 돌쟁이 엄마가 된 나를 토닥여본다.